멋대가리 없지만 구수한 안동 껑꺼이
내 고향 안동은 ‘안동 껑꺼이’ 라고 할만큼
껴~라는 어미를 쓰는 것이 독특하다.
“아직 요구는 하셨니껴? 언제요. 아직 못 먹었니더.”
이웃에 마실가거나 이웃을 만날 때면
으레 이 말 한마디면 모든 인사가 끝난다.
먹을 게 천지배깔인 지금도 내 고향 사람들은
“밥 잡솼니껴?” 로 안부 인사가 통한다.
밥이 삶의 전부였던 때.
밥을 통해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며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인심을 키워갔을 게다.
바지른 아이들은 어디 가서 얻어먹는 것도 바질러서
눈때기 없이 밥 때맞춰 친구 집에 눌러앉기 일쑤였다.
“야야~ 니 요구는 했나?” 하고 물으면 “언~제요!” 하며
소잡은 밥상에 낑겨서 달게 먹던 밥.
그것이 그클 배고프던 때 맨자구처럼 전주는 것보다
제 배곯는 것을 쪼매라도 줄클 수 있었던 얼븐스러움 아니었을까?
가지끈 쨍겨맨 허리띠에서 장다지 배꼽시계 울려대던 그 시절.
다리 먹을세라 전다지 다 먹을 것처럼 나대던 때가 엊그제 같다.
퉁명스럽고 멋대가리 없이 무뚝뚝하지만 "잘 있니껴? 잘 있니더."
지금도 들려올 것 같은 내 고향 안동 사람들의
구수한 맛이 묻어나는 껑꺼이 사투리는
늘 그리움을 안은 채 오늘도 나를 지서로 안 있게 한다.
아직(아침) 천지배깔(많다) 바지른(재빠른) 눈때기(눈치) 소잡은(비좁은)
그클(그렇게) 맨자구(바보) 전주다(망설이다) 얼븐스럽다(어른스럽다)
가지끈(힘껏) 장다지(계속) 다리(다른) 전다지(전부) 지서로(그냥,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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