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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드라마 4막, 멀지 않았다 - 김진 논설위원 - 무심.

아까돈보 2013. 12. 20. 11:12

 

 

 

★ 한반도 드라마 4막, 멀지 않았다

 

 

=중앙시평=한반도 드라마 4막, 멀지 않았다
김 진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역사의 신(神)은 필경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20세기 이래 신은 세 민족을 주연으로 발탁했다.  

유대인, 독일인 그리고 한민족이다.  

이들을 통해 인류는 비극과 희극의 놀라운 조합을 보고 있다. 

유대인은 다른 민족에게 고향을 빼앗기고 2500여 년 동안 세계에 흩어졌다.  

디아스포라(Diaspora)로 불리는 ‘분산(分散)’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나치에 600만 명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족이 1949년 국가를 세우자 완전히 달라졌다.  

안보를 위해선 가장 용맹스러운 나라가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보다 수십 배 덩치가 큰 아랍을 상대로 네 차례나 전쟁에서 이겼다.
 

 전쟁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81년 이라크,  2007년엔 시리아 원자로를 부쉈다.  

그들은 멀리서 미사일을 쏘는 식으로 하지 않았다. 

 무거운 폭탄을 싣고 1000여㎞를 날아가 눈으로 보고 때렸다.  

조종사들은 기꺼이 목숨을 걸었다. 최근 이란은 핵개발을 포기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공군이 한없이 두려웠을 것이다.

 2010년 11월 연평도 민간인 마을이 불바다가 됐다.
 

그런데도 한국 공군은 기관총 한 발 쏘지 못했다.  

공군은 1000억원짜리 전투기를 40여 대나 가지고 있었다. 

 100여㎞ 밖에서 창문을 맞힐 수 있는 미사일이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 공군이 정작 애꿎은 국민이 죽어나가는데도 ‘유람(遊覽) 비행’이나 했다.  

지금 한국군은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을 사는 데는 열심이다.

 독일은 통합의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패해 독일은 잿더미가 됐다.  

나라는 둘로 쪼개졌다. 독일인은 그러나 통일을 잊지 않았다. 

 처음부터 헌법으로 흡수 통일을 정해놓았다.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서독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통일에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통일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재현하고 있다.  

유로존(17개국)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독일은 플러스다.  

독일은 흔들리는 유럽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유대인 학살을 철저히 반성하고 책임지면서 

 도덕적으로도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인류는 지금 또 다른 드라마를 고대하고 있다.
 

무대는 한반도요 배우는 한민족이다.  

4막 중에서 이미 3막은 남한에서 공연됐다.  

1막은 건국과 호국, 2막은 경제 개발, 3막은 민주화다. 

 많은 나라가 못한 걸 남한은 40년 만에 다 해냈다.  

1948년 건국부터 88 서울올림픽까지 꼭 40년이다.

 남한의 1, 2, 3막은 한국문명(the Korean Civilization)이라 부를 만하다.
 

문명은 건설이라고들 한다.  

이집트는 사막에 피라미드를 세웠고  

중국은 거대한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지었다. 

 한국인도 세웠다. 

 땀과 눈물로 제철소를 짓고 고속도로를 닦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가장 큰 유람선, 가장 빠른 스마트폰, 

 가장 선명한 TV를 한국인이 만들었다.

 문명은 색채라고도 한다.
 

고대 중국과 인도는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문명을 칠했다.  

 

한국은 녹색으로 채색했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은 것이다. 

 문명은 소리일 것이다.  

유럽은 아름답고 웅장한 교향곡을 남겼다.  

한국에는 여공의 재봉틀 소리와 농부의 새마을 노래가 있다.  

그 소리가 5000년 가난에서 수천만 인구를 구했다.  

그 노래를 들으러 지금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에 온다.

 한반도 드라마는 그러나 미완성이다.
 

 마지막 4막이 남아 있다. 

 

 4막은 남한이 북한을 평화적으로 흡수 통일하는 것이다.  

그래서 활기차고 왕성한 7500만 자유민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4막은 머나먼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3대 세습 68년 만에 북한에선 공산 독재 말기적 증상이 이어지고 있다.  

새 정권은 1년에 40여 명을 운동장에서 총살해버렸다.  

힘없는 주민만이 아니다.  

2인자급이던 실세를 하루아침에 숙청하고 그의 측근들을 처형했다. 

 주민은 굶는데 최고 권력자는 이상한 서양 농구선수를 불러다 호화·사치를 즐긴다.  

쌀쌀한 10월에 물놀이 공원 개장식이 열리고  

스키장 공사장엔 군인들이 흙 배낭을 메고 뛰어다닌다.

 4막은 이제 눈앞에 와 있는지 모른다.
 

4막이 열리면 남북 통일의 길이 열린다. 

 길은 멀고 비쌀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더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용기다.  

삼성전자의 1년 영업이익만 400억 달러다. 

 이 돈이면 북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다.  

북한이 요동치면 남한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그리하여 독일 민족이 걸어간 위대한 길을 우리도 걸어야 한다.  

굶주리고 고통받는 수천만 인류를 문명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드라마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