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온 글과 그림

영주 부석사 조사당

아까돈보 2009. 1. 3. 05:01

 

 

 

 

 

 

 

 

 

평생에 여가없어  이름난곳 못 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 있고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일이 말타고 달려온듯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백년동안 몇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  金炳淵 )(1807 ~ 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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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안양루에 걸려 있는 김 삿갓의 시 한수 이다.

150 여년전의 방랑시인의 시심이

나와 서로 잘 교감되어 통함이 있는걸 보면

역시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처지가 어떻든간에

나이를 함께 살면 느껴지는 허허로움은 같은가 보다.

 

잠시 시 한수를 읽으며 빈 가슴을 만들고

치켜들고 있는 호젓한 산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바로 전에 화창을 통해 무량수를 읽었다면

이번엔 조사당을 오르며 내가 마치

이 절에 큰 스님이라도 된냥,

  길에서 길을 물을 참이다.

 

 

 

 

 

 

 

 

오르는 길은 돌아가든 바로가든

거기에 돌이 깔려 있든,   아니면 낙엽으로 누워있든,

때로는 가쁜 숨을 모두어 쉬며 서서 바라보고

또 한참을 왔다 싶으면 돌아봐,    아스라이 넘겨져가는

여덟, 아홉 겹겹이 펼쳐진 산수화를 내려다 보면 된다.

 

 

 

 

 

그러다 꺽여진 토끼길은

 얹혀진 정성 돌무더기로 마음을 함께 느끼고 ,

층계를 나무로 올려 세워두면 한층 한층 밟아 오르면 된다.

그런데,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선명하게 이게 눈에 띌까?

그 길을 가로 막고 겹겹이 가로서있는 나무그림자들이

마치 때묻고 더럽혀진 너는 여기 오면 안되느니라하고 나무라듯

선명하게 그림 지워진,      그것도 가로로 빗금쳐 보이는 저것..

거기다가 가다보면 그림자일뿐인데도 쌍으로 갈려져서

어느 길로 가려느냐며 선택을 강요하듯 비쳐 보이는 그림자는

오늘을 사는 나의 헷갈린 심사를 들여다 보듯 한다.

 

 

 

 

 

그래서 할수없이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보려는데

오를때 보았던 청정, 쪽빛 하늘을

 온통 가로막고, 얼기설기 엮어 선,

이파리 다 떨군 나목들은

 거기도 내 마음의 장애가 있는 거구나

새삼 그걸 느끼게 해준다.

 

 

 

마침내 오른 조사당 쪽 마당엔 덩그마니 안내판이 나를 반기고

< 조사당 > 세 글자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노 스님의

파아랗게 멍자국을 이고 있는 백호를 친 맨머리를 보는듯 하다.

한쪽곁엔 의상대사가 의지하고 다니든 지팡이를 꽂아 뻗어난

선비화가 사방 촘촘한 철망에 둘러 갇힌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것 같은데

용케도 그걸 이기고 피어난 한송이 꽃 같이

 기와장식이 그 마음을 대신한다.

 

 

 

 

 

 

 

 

 

 이것으로 이젠 되었다 싶은데

모퉁이 호좁은 샛길이 나의 발길을 이끈다.

한뼘이나 될까 싶을 곳에 한참을 못보고 있었던

비로자나불 닮은 북지리 불상이,  서로 다른 두 분의 불상과 함께

 셋이서 함께 있어 정답다는듯,    이 거친 세상을 비켜나 있는듯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한곁에 숨겨져 있듯 앉아 있다.

 

 

 

 

 

 

 

부처님 눈길을 바라보며 시간을 멈추어 세우고 한참을 있었더니

목깃속에 촉촉이 베어났던 땀이 식으며 오싹 한기가 들면서

머리는 맑아지고 마음은 내안에 불심이 깃든듯

평정심 그 자체인체 고요해 지는데

바로 이 맛으로 이곳을 어렵게 찾아온것이리라.

 

돌아 내려오는 길에 눈길을 잡아 끄는건

추울까바 겹겹이 둘러입고 있는 참나무랑 소나무 껍질은

세상을 이겨내고 살아갈 보호막을 내 마음에 덮어 주는듯해서

시렷던 마음을 금새 따숩게 해준다.

 

 

 

 

돌아 내려오는 내 마음을 잡아 끄는건 선묘낭자의 달덩이 같은 얼굴인데

그건 어느 여인의 연지 묻은 얼굴이 아니라

관세음 을  닮은 편안한 얼굴이다.

거기다가 내 마음이 가지런해서일까 무량수전 들창에 수 놓아진

장식없는 장식 빗살문이 눈에 들어오고,

 

더더욱 신기한건 안양루 누마루에서

사방 둘러진 공포 사이사이로 남겨져 보이는 여유가

마치 스무분의 좌불을 작정하고 세워 앉힌것 같이

 심안에 들어와 박히는걸 보면

 이러다 나도 성불할지도 모른다는  농 까지 떠올리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났다.

 

그래 이 마음으로 올해를 살면

나도, 내 주변도 여유로울수 있을것이지...

 

 

 

 

 

 

마음이 가벼워설까 아니면 역시 인간세,  

속계로 환속해서일까

배가 갑자기 고파온다.

그 이름도 유명한 순흥 묵집에서 묵을  처(?) 먹어야겠다.

 

 

 

 

 

돌아서는 귀향 나그네길에

올해를 덕담하듯 떠억 버티고 

내 마음을 가로 막고 서는건 

500 년 된 느티가 

너는 아직 멀었다 하고

 내 부족을 손가락질 한다 

 

 

 

 

 

 




행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누리시는건 그대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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