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죽하고 토속적인
장돌뱅이 농짓거리가 왁자할것같은
봉평 장터를 찾았으나
연휴를 즐기러온 젊은이들이
온 장터를 차지하고
마치 우리는 영화를 보러왔다가
만원이라고 쫒겨난 관객같은 처지가 되었다.
막국수집들이 재료가 떨어져 손님을 내쫒는
난장판이 벌어진 가운데 우리는 밀려나
변두리 한적한 식당에 나 앉았다.
배도 고프고 사람에 치이고 차에 밀려왔기에
그저 막국수 한그릇을 앞에두고도 고맙고
맛도 유난히 입맛에 맞아 개눈감추듯 그릇을 비워냈다.
죽은 이 효석 문인 한분이
이 봉평 장터를,
아니 평창 골짝골짝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많은이들을 먹여살리는 격이다.
이 육사 문학관을 만들고
청포도를 소재로한 먹거리와
지연상품을 개발해 보려고 애썻던 우리로서는
너무나 부럽고 조금은 배가 아픈 일이기도 했다.
원촌 육사 생가가 있던 마을을
청포도 밭으로 만들어
무언가 부가가치를 만들어야할 숙제를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적당히 배도 채우고난뒤라
이 효석 문학관 을 둘러볼때는
훨씬 여유를 되찾았다.
주로 가족들이 모여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데
저 사람들 중에 정말
< 메밀꽃 필 무렵 >을 읽기나 했을까 생각해보니
둘러보는 태도로서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 투성인것 같다.
얼금뱅이 왼손잡이 장돌뱅이 허 생원이
봉평 장터를 맵돌면서 물레방앗간에서
성 서방네 처녀와 인연을 맺은뒤
세월이 흐른뒤 다시 찾은 봉평 장에서
아들일듯한 동이라는 왼손잡이 총각을 만나는
뭐 그저 그런 이야긴데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끄는건
거기에 찐한 정이 있고 눈물이 있고
사랑이 있어서 일지 모른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하나도 관심없을것 같은
일행을 더불고 문학관을 찾았고,
마당을 거니는 세련되고 젊어서 좋은
삼삼오오 젊은이 내외를 건너다 보면서
마치 허 생원이 성서방네 처녀를 떠올리듯
제각기 머언 옛날
추억 한자락을 붙잡고 앉았는지 모르겠다.
메밀꽃이 필 무렵이 아니라
메밀꽃이 다~ 지고 마른 쭉정이만 있는
봉평 장터를 헤메면서
그래도 우리는 추억 한자락씩을 얻어 간다.
그거면 되었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