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대하 드라마로 본적도 있었다.
해서, 박 경리 하고 떠올리면
평사리와 간도의 용정이 떠오르고
최 서희와 길상이가 스쳐간다.
한국의 현대사를
이렇게 잘 그린 소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웃고 울었었다.
우리의 이번 현장답사도
이런 상념에 젖으며 늦은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기념관 앞에 왔으나
박 경리 선생님은 이름만 남아 마당과 전시실에 갖혀있고
매정한 안내실 직원은 차갑고 사무적이었다.
우리의 거듭된 사정과 호소를
그저 매마른 한마디로 차갑게 거절한다.
박 경리 선생님이 살아 계셨어도
이렇게 우리를 내치실까 원망이 들 정도로. . .
비가 내려,
잠시 요기를 채울 비가림 마당을 빌리자는
원칙과 규정에 마당에 음식을 들수없다는 이유는
충분히 알아들을수 있지만
이렇게 비는 내리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고 편의를 걱정해줘도 좋으련만. . .
우리는 바로 앞 길가에
문닫긴 가게의 파라솔에 어깨를 피하고
길가 간이 정자에 궁둥이를 비비고 비를 피해
통영 김밥으로 점심을 떼고 있다.
마치 연락선 선실 바닥에 주저앉아 요기를 떼듯이 말이다.
그래도 박 경리 선생님은 속속들이 우리 마음을 알았다는듯이
마당에 들어선 우리에게 앞으로는 행운이 함께 할것이라면서
네잎 크로버를 너도 나도 찾게 우리 눈을 열어 주신다.
나도 하나를 알뜰히 찾아서 곱게 간직하였다.
하동에 있는 박 경리 문학관,
원주에 있는 박 경리 문학공원,
그리고 여기 통영 고향에 있는 기념관
그를 기리는 시설은 이리도 잘 조성되고 있지만
그분의 정신과 마음을 현창하는건 조금더 가다듬어야겠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삼삼오오
골목길을 더듬으며 윤 이상 기념관을 찾아 나섰다.
한때는 시대의 아픔을 겪으며 이름을 입에 올리는것도 힘겨웠는데
이젠 통일을 몸소 일군사람으로,
그리고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음악가로서
통영이 자랑하는 또 한분의 예술가로 충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나는 그가 직접 썻다는 작곡 악보와 첼로를 들여다 보면서
뜻밖에 한사람을 떠올리고 있다.
안동대학교에 근무하던 음악과 작곡전공 최 인찬 교수이다.
사석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독일 유학시절
윤 이상작곡가와 교류하면서 쌓은 추억담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최 교수 작곡 발표회를 참가한 적도 있었는데
현대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나로서는
너무나 난해하여 당황스러웠는데 함께 참석했던
미술과 이 수창 교수도 나보고 뭐 좀 이해 됩니까하고 웃으셨는데
들어보지 못하였지만 윤 이상 작
오페라 < 심 청 > 도 성공작이고 대표작이라 들었지만
제대로 즐기며 듣기엔 힘겨운 걸 떠올리며
혼자 빙긋 웃고 있으니 누군가 무엇을 보고 웃는지 묻는다.
조금은 당황스런 순간이라
해설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나는 밖으로 나와 비에 젖은 야외공원과 공연시설을 돌아본다.
참, 최 인찬 교수님은 어디 계시는지 ?
살아계시는지 아님 윤 이상과 함께
독일 추억담에 젖어 계시는지 ?
그것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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