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도, 천둥도
간밤에 무서리도
내리지 않았건만,
봉정사 뒷뜰에는
국화가 곱게도 피었더이다.
국화가 피기만 한것도 아니고
국화의 진한 몸내가 지천으로 내려깔려
지나는, 스치는 골골마다
웃 할아버지 사랑방 냄새같은 국화향이 몸에 젖고
들이쉬는 숨을 따라 가슴에 젖어들어
우리는 가을의 냄새를 이제야 만끽합니다.
곱게 차려입은 새댁이 국화차를 시음하라며
노오랗게 우려진 찻물을 쪼로록 따르니
모두들 마시기도 전에 머리가 싸~ 하여 맑아진다.
몸에 젖어 퍼진 노오란 찻물 탓인지
머얼리 내다보이는 은행의 단풍도
지는 석양의 낙조에 우려져
샛 노랗게 물드려져
이쁜 아가씨 몇이 그 아래서 낙엽을 머리에 뿌려대며
한편의 뮤직 비디오를 찍어댄다.
찍은 비디오는 한편의 드라마인데
울려 퍼지는 노랫가락은 뽕짝 가락이되어
귓청을 찢어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바로 어디나 유행병같이 악을 써대는
국화꽃축제 노래자랑 대회에서 울려퍼지는
도우미 아줌마의 쉰 목소리다.
쩝쩝...
쓴맛의 입가심을 하고 돌아서는데
그래도 일주문에서 보이는
봉정사 가는길은
역시 한편의 영화 장면같다.
우린 그 일주문을 비켜서서
국화차 한잔을 꼭꼭 씹어 마시며
가는 만추의 가을에 흠뻑 젖어
오늘 하루는 우리가 영화 주인공이 되었다.
아니, 진짜 주인공은
댓돌위에 놓인
검정 고무신인지 모르겠다.
많은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님, 요사체 처마에 나란히,
줄맞추워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있는
보살님 손길 많이 받고 가지런히 깍아 매달린
꽂감 반시의 소곤거림인지 모르겠고,
그도 아니면 가을 햇살받고
기둥에 새겨진 점,쩜의 사연이든가,
하이얀 벽에 비친 그림자 사연이든가?
마침, 문화모임 <사랑방 안동> 문화패들이 개최하는
안동대학 이 효걸 ( 불교 화엄학으로 보는 봉정사 )
안동대학 정 연상 ( 고건축 박물관으로서 봉정사 )
두분의 전공 교수로 부터 현장 답사특강이 있어
이번 주말 나들이는 더더욱 진한 국화향과 더불어
의미있는 가을 오후가 되었는데
우리가 사는법이
바로 이런것 아닐까 싶다.
봉정사 주지 스님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마침 마진식 한지공예가 ,
( 대한민국 한지공예대전 대상수상자 )의
작품 전시회도 곁드려저
오늘 봉정사는 뜨는 보름달에 먹는
오곡 약밥같이 맛있는 메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넉넉한 가을의 고즈넉한 날,
우리 친구들은 이걸 못보고
무얼하고 계실까?
나 참!!!!!
시인 이 위발 ( 이 육사 문학관 사무국장 )
안동대학 동양철학과 이 해 영 교수
전 문인협회 지부장 최 유근, 목연서실 장 종규 서예가
정 창근 국제로타리 3630지구 전 총재
마 진 식 한지 공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