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남도 여행길은
섬 나들이가 촛점이었지만,
나하고 여행하는데 절집구경이 없을수 있냐는
동행친구의 청에 의하여 양념삼아 이곳에서 멀지않은
승보종찰 송광사를 들리기로 했다.
선종사찰이라 이곳에 벽면참선 을 하러
큰스님들이 몰린다지만
나는 여기서 하늘의 비천을 보고,
또 계곡과 홍예다리의 아름다운 물빛에 비친
비천의 구름을 넋놓고 보고 앉아
오랫만에 선 다운 선을 하고 있다.
오랫만의 방문이래서 그런지
별다른 정감이 들것 없는데
초입에 만나는 계곡의 맑은 물소리에 마음을 씻고
일주문에 들어서며 만나는 청정 공간이
속된 모든 잡다한것을 모두 씻고 들어오라 하는듯하다.
우화각 홍예 다리 아래 물에 반영으로 비친 쪽빛하늘과
비천으로 보이는 희디흰 구름의 자태에 반해
넋놓고 앉아 선아닌 선을 하고 있는데,
꺼꾸로 선 자태에 넋을 놓았다면
바로선 나의 모습은 어쩔거나 하고 소리치는
보조국사 지눌 큰스님의 죽비소리에 놀라 고개를 치켜드니
아, 아! 거기엔 한없이 파아란 청정 유리세계가 있지 않은가?
모두가 벽면수행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했는데
나는 하늘의 비천과 파아란 유리세계를 보고 있다니,
그것도 거꾸로 선 계곡물에 비친
반영의 유리세계를 보고
이렇게 넋놓고 앉아 있으니
여름 템플스테이 수련은
제대로 인 셈이다.
절 구석진곳에 잊혀진듯 놓여진
비사리구시 나무밥통이 4000 명을 먹였던
쌀 7 말을 품에 넣었던 이야기는
아무도 보는이가 없다.
이 밥통에서 밥을 나누었던
화두 하나 붙잡고 벽면참선에 정진했던
숱한 스님들의 파아랗게 밀어 깨끗한
까까머리 머리밑에 송알송알 맺힌 땀방울이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되어
우리를 이렇게 찾아들게 만든다.
오늘은
무소유를 우리에게 남겨주신
법정스님이 우리를 보고
너 왔어? 쓰죽한다면서? 하시면서
우리를 만나러 나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