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황산을 새해맞이 나들이로 잡고
작정하고 드립다 머리를 디밀고 올랐더니
속살을 살짝 보일듯 하다말고 얼른 여며버립디다.
사실 나는 제작년 마음을 다잡고
천하 명산을 오를 심사로 머언 이국땅 이곳까지
그것도 계절이 그런데로 괜찮다는 늦봄을 맞추어
쓰죽 친구들과 작정하고 왔었는데 왠걸
시내는 멀쩡하던 날씨가
하필 이상기후로 그렇다면서 바닥이 거울바닥같이
도무지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끄러워
운곡케이블카까지 타고 백아령까지 올랐으나
허행을 하고 돌아간적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는 아예 기대를 접고 찾아든터다.
안내하던 임 교수는 열세번이나 올랐는데
비가 오면 아주 좋고, 눈이 오면 더더욱 좋다고하니
아예 지난번같이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천변만화의 조화를 보게되니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면서
아이젠이나 잘 챙기라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주문하여
알맞은 간편 미끄럼방지 아이젠까지 사주었고
그래도 미심다워 잇빨이 날카로운 산악 아이젠까지 챙겼으므로
마음이 적당히 느긋하기 조차 하여 여유있게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무슨 조화인던가?
이번엔 날씨가 너무 따뜻해 탈이 나서 살짝 맛만 들여놓고
표현하기 좀 무엇하지만 절세미인이 젓무덤을
보일락말락 앞섶을 벌려 손사래로 활활 부채질하다가
금새 나를 보곤 얼른 여며버리듯 하니
도통 여인네 마음이나 황산의 속살을 내사마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이 사노라면 이러저러하겠거니
지난번에 깜깜천지를 엉금엉금 기다가 내려가서 그런지
이번의 잠깐 본 속살도 그저 황송할밖에...
그러기에 인생은 어려움을 겪어봐야,
그리고 쓴맛을 보고 나서야
작은 복도 그저 황감할밖에 없다켓거늘...
黃山 三絶 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 첫째가 바위의 기기묘묘한 모습이요
그 둘째가 소나무의 강인한 자태이며
셋째가 운해라고, 황해라고도 불리는 자욱한 안개인데,
골이 깊고 산세가 장대하여 어느 골짜기 비내리고
어느 등에 안개비 넘어오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어
그 자연이 연출하는 절경을 보려고
옛부터 이곳 오기를 소원했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그래도 이 셋을 다 보고 가니
이쯤이면 친구들 한테 자랑좀 해도 되겠다 싶다.
짓궂은 친구가 일출 봤냐고 묻거던
내가 여기에서 얻어갖고 가는 인생을 얘기 해 주면 되리라.
< 욕심 부리지 마시게나. >
< 그저 보여주면 보면되고
또 궂이 안보여주면 말면 될 이치인데
꼭 그것까지 봐야만 직성이 풀리던가? > 하면 될 일이다.
사실 그러했다
황산 바위중 백미라는 비래석을 보긴 분명 보았는데
하도 그 경치가 좋아 < 와! 좋다 >하고 디카를 올리기만 하면
어느새 운무로 여미어 살짝 살짝 웃음짓하니
내가 여기서 깨달은게 하나있다.
그래 보기만 해도 넉넉하다
그걸 담기 까지 한다면 그것이 욕심이다란 철학!!!
그래 모든게 다 그러하지만
이 하나의 깨달음만 가져도
그 굽이굽이 돌계단을 수없이 오르고 내리고 했었어도
값진 수확은 하고 남으니
그 밖에 것은 모두가 부질없는 것을---
광명정, 비래석도 보고
시신봉 황산 소나무도 보고
거기다 넘나드는 구름으로, 안개로 흩날리는 운해까지,
또한 배운정 수려한 바위 전시실 기암괴석도 보았으니
천하 황산은 넉넉히 보았다 할것이지.....
사실 난 다음날 일출은 조금 기대를 놓고
북해 산장호텔에서 동숙한 문 태현교수 밤늦도록 얘기하면서
은근히 내일 운해로 일출은 보지 못할거야를 염불하면서
자리에 들었고 늦으막하게 금뜬 거동으로 일행을 놓쳐
가는 시늉만 하고 나서다 말고 돌아와 다시 코를 골아가며
아침 단잠을 실컨자고 난뒤에 돌아온 사람들이 뭐라거나 말거나
맛있게 아침까지 먹었는데 역시나,
땀깨나 흘리고 허벅지깨나 아파가면서 기를 쓰고 갔던 일행도
못보긴 마찬가지여서 속으로는 오히려 꼬소하기 까지 해가면서
아침 황산 운해를 유유히 유산하면서 내려왔으니
아직 도를 트긴 틀렸고 객기는 안부렸으니 등산은 아니고
유산하고 온것 틀림없으렸다!!!
사설하다 해저문다더니
넋두리하다 황산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는걸 놓치겠다.
기대하시라
다음 이어지는 소나무와 안개 이야기 하면서
내 황산을 소상히 설명드리리니....
오늘은 바위산이나 유산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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