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1리(한실마을)로 歸鄕하신 訥雲世 김연대시인!
歸川會회원이신 訥雲世 김연대시인께서는 대구와 서울 등지에서 40여년간의 객지생활을 정리하고 10년 전인 2003년도 꿈에 그리던 고향 한실마을로 귀향하셨습니다.
나이 20살 고향을 떠날 당시에는 농사지을 땅도 많지 않아 생활이 어려웠지만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로 형제분들이 모두 중등교육을 마칠 수 있었으며 형님은 사범학교을 나와 교직생활을 하셨고 동생들도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였다고 합니다. 둘째인 김시인은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다가 살길을 찾아 무작정 도시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창기 도시생활도 어려움이 많아서 무척 고생을 하였는데 특유의 부지런함과 착한 심성으로 낮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면서 주경야독을 했다고 합니다.
객지생활을 하는 동안 몇권의 시집을 내셨는데 첫 시집 「꿈의 가출」을 1993년에 출간하고 1996년 두 번째 시집 「꿈의 해후」가 출간되었으며 2002년도에 세 번째 시집 「꿈의 회향」이 출간되었습니다다. 그리고 대곡리 한실마을에 귀향하셔서 2012년에 네 번때 시집 「아지랑이 만지장서」를 출간하셨습니다.
김시인의 작품을 읽어보면 꿈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가 다시 대곡 한실마을로 꿈의 회향을 하는 동안 삶의 추억들을 진솔하게 시로 표현하여 읽는 분들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대곡이란 큰 계곡으로 우리말의 한실이란 뜻이며 한실마을은 길안면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산골마을로 안동시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이나 걸리는 오지마을이었습니다.
이번에 한실마을을 방문하게된 것은 그의 네번째 시집 아지랑이 만지장서를 읽어보고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귀천회 모임에 참석하신 김연대시인을 모셔드릴 겸 해서 방문하게되었습니다. 한실마을은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큰 계곡에 자리잡은 포근하고 아늑한 마을이었습니다.
歸川이란 돌아올 歸, 내 川자로 어릴때 물장구 치고 뛰어놀던 옛고향 냇가마을로 돌아온다는 뜻이며 안동귀천회는 안동에서 나고 자라 학교나 직장 사업관계 등으로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활동하시다가 뜻하시는 일 이루시고 귀향하셔서 고향발전과 친목도모를 위하여 모인 단체입니다.
訥雲世 김시인께서는 고향에 귀향하셔서 그림같은 기와집을 짓고 텃밭도 가꾸시고 시도 쓰시면서 더딘 걸음으로 멋진 전원생활을 음미하고 있었습니다. 텃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자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당 한켠에는 불국사 석가탑 모양의 석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부처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과 선망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자신을 참회하면서 정진하고 온세상의 불국정토을 위해서 탑을 세웠다고 하는데 평소 김시인의 효성과 불심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서재에서 시인의 생활철학과 흔적들을 보고 들으면서 김시인의 삶은 그자체가 아름다운 한편의 시처럼 보였고 산골마을에서 생활은 좀 불편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訥雲世 김연대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우리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주옥같은 시 많이 남겨주시기바랍니다.
김연대시인의 한실마을 집 전경
아지랑이 만지장서/김연대
봄이 오는 때에 세월이 가고 그 분들도 다 가고 없는데
현관에 걸린 눌운세 현판
訥雲世/김연대
날마다 허송하고 돌아가는 길이 더듬어 흘러가는 여울물 같다 내가 끌고 온 빛과 그림자를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맡길까 꿈결에도 문득 생각하지만 꽃이 피고 꽃이 져도 소식이 없어 철새들 날아가는 하늘을 본다 때로는 무심히 아침을 맞고 때로는 무심히 마른 풀 베고 잠들기도 하지만 빈 손을 마주 비벼 온기를 날려 은하수 밟고 가는 찬 기러기 날개 위에 짐 안 되게 얹혀 가는 달빛이길 바라 아직도 내가 태산만큼이나 무거움을 알겠다 날마다 허송히고 돌아오는 나를 날마다 꾸벅꾸벅 소처럼 따라오는 내 그림자 .................................................................... * 당호인 눌운세는 편운 조병화 시인이 지어 준 아호 ‘訥雲’에 서예가 일사 석용진이‘世’를 보탠 것이다
거실에 걸린 액자 서재에서 눌운세김연대시인
상인일기/김연대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해도
메뚜기 이마에 앉아서라도
일이 없으면 별이라도 세고 손톱 끝에 자라나는 황금의 톱날을
옷을 벗고 힘이라도 팔아야 한다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문에다
대근엽채일급/김연대
이순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사촌 아우가 버려두었던 옛집을 털고 중수하는데, 육십 년 전 백부님이 쓰신 부조기가 나왔다.
을유년 시월 십구일 정해년 오월 이십일 초상 장사 소상 대상 시 부조기라고 한문으로 씌어 있었다.
육십 년 전 이태 간격으로 조모님과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추강댁 죽 한 동이, 지례 큰집 양동댁 보리 한 말, 자강댁 무 열 개, 포현댁 간장 한 그릇, 손달댁 홍시 여섯 개, 대강 이렇게 이어져 가고 있었는데, 거동댁 大根葉菜一級이 나왔다.
대근 엽채 일급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만 핑 눈물이 났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내 아버지, 할아버지와 이웃들 모두의 처절한 삶의 흔적.
그건 거동댁에서 무 시래기 한 타래를 보내왔다는 게 아닌가
뒷북/김연대
너는 언제나 뒷북*만 친다 둥둥 남들이 다 치고 간 다음에 치지 않아도 허물이 없는 북을 그것도 혼자서 더듬거리며 친다 철 지난 開花 같은 꽃지고 나서 기울이는 빈 술잔 같은 쓸쓸한 연출 너의 삶이 그랬다
........................................................... 아호 뒷북(後鼓)는 문인수 시인이 지어주었다
묵을 쒀 먹으며
무욕이 자칫 사치가 되기 쉽다 하얀 달밤에 하얗게 피는 박꽃을 보려고 심은 박이나 별이 총총한 밤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피는 메밀꽃을 보려고 집터 주변 여기저기 뿌린 메밀인데 생각 밖에 둥근 박이 주렁주렁 열려 박을 따서 채를 쳐 박국을 끓여먹고 까맣게 여문 메밀을 거두어 묵을 쒀 먹으니 꽃 보는 재미보단 사뭇 달라 은근하고 쏠쏠한 맛 이건 사치 아니겠지
마을 건너편 폐교된 대곡초등학교
배추밭/김연대
누구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오늘 흙으로 나비를 때렸다 나비는 팔랑팔랑 하늘로 날아가고 참 못난 내가 거기 서 있었다
斷想/김연대
저 산봉우리 뿌리째 뽑아 푸른 잉크 찍어 한 백 리 그어 봤으면 굽이쳐 돌아가는 강물 이마에 감고 휘몰이로 한 천 리 돌려 봤으면 바다 복판 털썩 주저앉은 섬 그런 방점 하나 쿡 찍어 봤으면 그런 시 한 줄 써 봤으면 그렇게 한 번 죽어 봤으면 탑건너산에 부모님 산소가 있음
호박꽃/김연대
마당가에 심은 호박넝쿨이
때로 기운이 조금 나시면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에도
호박헛꽃 꺾어 밥 위에 찌던
기진한 어머니의 허한 하루를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시라고 합니다)
한실의 봄/김연대
한실의 봄은 경운기 소리로 온다 경운기 한대만 탈탈거려도 좁은 골짜기에 금이 가서 언 땅이 소리로 먼저 녹는다 탕탕 방앗간이 돌아가는 날은 마을이 통째 소리에 떠서 구름 밖 십리까지 떠내려 간다 그렇게 골짜기가 소리로 빵빵해지면 산벗꽃나무도 마지 못해 화장기 없이 꽃봉오리 터트리고 마을회관 옆 이장집 개도 드럼통 개집에서 나와 허리를 늘이고 탈탈 겨울을 턴다
대곡1리 한실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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