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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평화운동으로 승화 시켜야 - 이창근 교수 (임대사).

아까돈보 2013. 7. 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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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평화운동으로 승화 시켜야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교수

                                                                 서희외교포럼 운영위원

 

    6.25 정전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유난히 관련 행사도 많고 방송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특히 휴전협정일인 7월 27일을 ‘UN군 참전의 날’로 공포한 올해에는 해외 참전 용사들에 관한 보도가 많았다. 80세를 훌쩍 넘긴 노병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면서 6.25가 동족만이 싸운 전쟁이 아니라 수많은 외국 병사들도 함께

싸운 국제전이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6.25는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

 

    특집 방송 프로그램은 이들 유엔 참전 군인들이 처절한 전장에서 겪은 경험을 60년이 지난 아직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색이 바랜 사진과 신문

기사를 장롱에서 꺼내 놓고 자신의 경험을 울먹이며 털어 놓는 백발의 노병,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 세뇌 교육을 받고 중국에 남았다 본국에 돌아가 변절자 취급을 받게 된 기구한 운명의 미군 병사들, 장전호 전투가 벌어진 주변 지역에 미군 병사들이

집단 매몰돼있다는 증언. 참전을 만류하는 가족들을 뿌리치고 달려와 수많은 생명을 구한 노르웨이 의료진, 전쟁 중에서도 학교를 세워 부모를 잃은 어린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공부까지 시켜준 터키 병사들. 자신이 죽으면 한국 땅에 뼈를 묻어 달라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남편을 유엔군 묘지에 묻어주었다는 호주 할머니의 증언

등등.

 

    지금까지 6.25를 맞을 때마다 TV 화면에 비춰지는 장면은 치열한 전투 장면과

피난민들의 행렬,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어린이들의 모습 등 주로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엔 참전과 정전 60년을 기념하는 올해 행사들은 한국전쟁이 우리 민족만이 겪은 비극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6.25는 동시에 유엔 21개국이 참전하고 39개국이 물자를 지원한 국제전이었고 미국과 2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벌인 전면전이었다는 사실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유엔 참전용사들의 증언과 자료 수집해야

 

    때문에 80대인 이들 참전 군인들이 대부분 사망하게 될 정전 70주년을 맞기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이들 21개국 참전 노병들이 사망하기 이전에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 등 각종 자료를

모으는 일이다. 이번에 언론 보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200만 명이나 되었던 이들 참전 군인들과 가족들이 6.25를 반세기가 넘은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 속에 되새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많은 자료와 증언은 한국 현대사를 보완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이다.

 

    뿐만 아니라 참전 용사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는 단순히 사료로서의 가치만이 아니라 문학은 물론 한국 전쟁과 관련된 무한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만든 이후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 모두의 증언을 비디오로 남기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에서 겪은 고통을 후대에 전승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유대인들이 겪은 참상을 끊임없이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상기시키겠다는 발상에서 우리도 이제는 6.25를 더 넓은 시각에서 기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세계 평화를 위한 연대의 초석으로 삼자

 

    유대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는 그 참혹함 면에서 인류가 경험한 다른 어떤 사건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6.25는 21개국에서 온 200만 명의 군인과 수많은 가족들이

관련된 인류 역사상 최다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그 스토리의 다양성과 풍부함 그리고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우리는 이 장엄한 스케일의 비극적 서사를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상기시키고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버리고 사라진 이들의 숭고한 인류애를 증거하는 메시지로

전파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내 마음 한편에는 항상 ’코리아‘가 있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국 병사의 손녀가 한 말이다. 이 대학생은 참전용사의 후손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발족식에서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널리 알려 한국과 세계를 이을 방법을 찾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한 콜롬비아 참전 용사의 손자인 공군 장교가 한국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주저하지 않고 참전해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들과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보다 넓은 안목에서 미래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6.25 관련 행사는 단지 동족상잔의 비극을 상기시키고 유엔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연례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참전 용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무모함을 널리 알리는 평화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이러한 네트워크는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한국 공공외교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