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물고기 미꾸라지를 왜 입동(立冬)에 먹을까?
한식이야기. 추어탕
미꾸라지를 가리키는 한자 추(鰍)는
가을을 의미하는 글자 추(秋)와 물고기를 의미하는 글자 어(漁)를 결합해 만든 글자다.
이름에 나타나있듯 미꾸라지는 예전부터 가을의 대표적인 먹거리였다. 산란기를 맞이해 먹이 활동이 왕성해지는 봄철 미꾸라지도 맛이 좋지만 동면을 앞둔 가을 미꾸라지는 살이 통통하게 영양부터 맛까지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미꾸라지를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음식은 ‘추어탕(鰍魚湯)’이다.
조선시대에는 입동(立冬)이 되면 마을의 노인들을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를 치계미(雉鷄米)라 불렀다.
치계미는 꿩·닭·쌀을 합친 말로 우회적인 의미로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 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했다.
미풍양속에 이와 같은 명칭이 사용된 이유는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극진히 대접한다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
본래는 귀하고 좋은 음식을 대접해야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 사이에서 비싼 음식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치계미를 대신해 도랑탕 잔치를 벌였다.
입동 무렵에는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다. 이때 도랑을 파면 동면을 대비해 살을 찌운 미꾸라지들을 잡을 수 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대접하는 것이 도랑탕 잔치다.
오늘날 추어탕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그런데 각 지역을 돌아다녀보면 이름은 같지만 지방 특유의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모양새 다른 추어탕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보편화된 추어탕은 전라도식 추어탕이다.
추어탕이 유명한 남원의 이름을 빌려 남원 추어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삶아 잘 으깨서 사용한다. 부재료로는 주로 시래기를 사용하고 된장과 들깨가루를 풀어 국물을 낸다. 먹기 전에 산초를 듬뿍 넣어 먹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사용한다. 사골을 삶아낸 국물에 두부나 버섯 등 부재료를 추가해 넣고 끓이다가 고춧가루를 풀고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다.
최근에는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해 미꾸라지를 갈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지방의 추어탕과 구분하기 위해 ‘추탕’이라 부른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전라도식과 동일하게 미꾸라지를 삶아 잘게 갈아서 사용한다.
다른 점은 부재료로 토란대·고사리·숙주 등을 사용하고 전라도식에 비해 맑게 끓여 개운한 맛을 강조한다.
강원도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고추장을 중심으로 맛을 낸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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