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내동기들

늦은봄 서해로 간 까닭은(진구.작품).

아까돈보 2010. 6. 7. 23:08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4307 년 선운사 동구에서

                 미당    서     정     주

 

 

 

 

 

 

 

우리가 서해로 떠난 까닭은

동해에선 볼수없는 동백을 보러간것도

또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동백이 마지막으로 피어난다는

고창 선운사 절집 앞에서 하룻밤을 자려니까

괜히 미당 서 정주 의 동백꽃 시구중에

막걸리집 작부의 번들거리는

루즈 자국이 떠올려지는건

우리의 추억이 그쯤에서 머무르는 탓이겠지요.

 

미당의 시에선 아직 동백이 피기전이라 했는데

우린 동백이 다 지고,   자국도 남겨져 있지 않는

너무나 늦은 봄,   나른한 봄날이었으니까

육자배기 조차 지쳐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서해에서 보는 일몰은

우리를 충분히,

너무나 충분히,  가슴 따숩게 하리라 기대하면서

서둘러 여기서 제일이라는

동호 해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엔 뜻밖에

해당화가 배시시 웃으며

 청초한 모습으로 유혹을 하고 있지 뭡니까?

 

우리 일행은 무드 없게

고창의 이름난 풍천 장어를 먹을 생각뿐

해당화가 뭐라 하는지

이제 막 지고 있는 황혼깃든 서해의 낙조는

건성건성일 뿐입니다.

 

나의 볼멘 소리는 아랑곳 없고

식탁에 앉아서도 잘~ 만 보인다 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닷가에 소풍나온 아이들은

그저 기쁜 웃음이 까르르 하늘을 찌를듯하고

해변을 손잡고 걷는 연인들은 정겹기짝이 없습니다.

 

대천 머드랜드가 있는 해안에서 보는

때묻은 관광지 해변의 번잡스런 풍광에 비해선

이곳 호젓한 동호 해변이 서해 답습니다.

 

나는 이곳에 들려

불타는 황혼의 서해를 안고 가지만

풍천장어를 배불리 먹고 거나해진

우리 쓰죽회 회원들은

또 그 무엇을 가슴에 담고 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