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내동기들

부안, 내소사 가는 길(진구.작품).

아까돈보 2010. 6. 24. 06:12

 

 

 

 

 

 

길에서 길을 묻는다.

 

올레길이 유행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토끼길을 돌아나오는

산길에서 사는 길을 묻게 된다.

 

누가 나에게 이런글을 준적이 있다.

 

< 우정은 산길같아서 자주 오고가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져 그 길은 없어지나니...>

 

사람 사는 길이나

오고가는 길이나

자주 교감하지 않으면

아스라히 멀어져 가고마나니....

 

우리는 이번 서해 여행길을

길에서 길을 묻는

변산반도 바닷가를 함께 하려고

머언 길을 달려 왔으며

내소사 가는길을 동행하는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반한 친구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한참을 부산하게 걸어서 머얼리 멀어져 가 버린다.

 

휘적 ~~ 산사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나

가만가만 들어보고, 그래서  觀音 하고

소리를 보다보면 길도 보일텐데.....

 

우리 일행은 절집에 오면 무조건 대웅전 향해

경주하듯 내달리기만 한다.

 

그래도 300 년을 묵었다는 보리수 앞에선

이리돌고 저리돌면서

탑돌이 하듯 염불을 외듯 하는걸 보면

흉내짓은 그래도 체면이 된다.

 

언젠가 그 때도 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기 일러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소박하고 시끄럽지않게 화려하고

장중함 보단 다정함이 더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참,  그리도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마당에 흐드러진 자목련이 아려보이기까지 했던

고즈넉한 산사의 고요를 깨는건

구구구 하고 울던 산비둘기 소리가 목탁으로 들렸는데...

 

오늘은 내가 잘못 가르친탓인지

컴 동아리 제자들이

똑딱이 디카를 찍는 실습이나 하려 왔는지

사진찍는게 모두인듯 휘~ 한바퀴 사진에 담고

벌써 산사를 나서고 있다.

 

아마 디카에 꽃으로 장식된

대웅전의 화려한  창살을 찍는데는  열심이었겠으나

대웅전 안에서 그림자로 내다보이는 문종이에는

마름모 하나로만 보이고

 연꽃이나 국화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걸

모르고 저렇게 나서서 가고 있을테지...

 

그렇다면 하필 왜 이런 머언길을 와서

달음질 치고 있는것인지?

 

아서라, 말아라

중생들 눈에 잿밥만 보이는건 할수없는 일이고

절집 앞에 붙임개 부치고 있는 아낙의 이쁜 얼굴에 반하여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도 굳이 조피술까지 곁들여 먹으며

히히닥 농을 하고 있을때가 더 신이 났으니

이 길을 이리 같이 해야 할런지?

 

그래서  만천하에,   절집에 와서 절에는 관심없고

잿밥에만 관심 갖었던 못된 친구들을

한사람 한사람씩 사진에 담아

길에다 뿌려 창피나 주어야겠다.

 

이러다 보면 다음 여행길에선

길에다 길을 묻고

절집에서 절집 추녀끝에 매달린

인경을 처다보며

제 그림자 꼬리도 살피고 다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