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소중한 만남과 순간은
예정하지않는 가운데
갑작스레 오기 마련이다.
오늘도 그런 순간이 우리를 기쁘게 하였다.
강원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을 하고 다시 한림대학에서
강의와 서실을 내고 있는
중관 황 재국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구담정사에서 그 집 당주인 인곡 권 오춘 이사장과
조용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얼마전에 춘천을 방문했을때 동행했던
전 안동시의회 이 두환 의장의 작호를 한적이 있었는데,
윗대 어른과 같은 것이어서 피하여야 해서
다시 작호를 했으니 함께 오면
편액을 전할수도 있을것이란 전갈이었다.
그러마고 대답하고 이 의장과
시청에 근무했던 하 재인 국장과 함께
느긋하게 구담을 향하였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
당호를 전해주는 격식을 정식으로 갖추어
建 堂 式을 거창하게 올리는게 아닌가?
작호를 하고 주고 받는걸 보기도 여러번이었고
심부름을 한적도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격을 갖춘 建 堂 式 은 처음이어서
호기심도 일고 한편으론 그래 이래야지 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기회를 만나 무척 기뻣었다.
세태가 어지럽고 허물어져 제멋대로인 세상에
자기 이름 석자도 값없이 제멋대로 여기는데
하물며 제대로 쓰여지는것도 아닌
당호를 이렇게 격을 갖추어 주고 받는걸 보면서
마치 옛날 어린시절 소풍가서
아꼈다가 따서 마신 싸~ 한 사이다 맛을 본듯
청량한 느낌이 드는건 나만의 감상은 아닐것이다.
그래 역시 중관 황 교수 다운 발상이고
또 제가 지어준 당호를 그만큼 정성을 들여주니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고 쓰라는
그사람 다운 이벤트인 것이리라.
구담정사 당주 인곡 권 이사장도
동양고전의 교육과 번역을 위한
海東經史硏究所 의 이사장을 맡고 있으니
두분이 의기투합해서
建 堂 式 을 정식으로 해보자고 한 모양인데
과문한 사람이라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 建 堂 式 을 하는걸 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의미있고 소중한 행사를 만들었으니
당호를 받은 이 의장과 이 위발 (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
두분은 일생일대의 영광이고
정말 의미있고 소중한 행사를
두분이 직접 준비하여 치루어 주니
고맙고, 감사하고, 감격하였을 것이다.
마침 안동대학 국학부를 졸업하고
각계에서 막 새 직장을 시작하는
젊고 패기찬 젊은이들도 몇 함께 하였는데
더욱더 의미를 보태는 일이 되었다.
안동 시청 문화관광과 황 주하 과장과 직원들
또 동석했던 경북관광개발공사 북부지사
변 지사장을 비롯한 간부직원 여러분,
그리고 하객으로 참석한 나를 비롯한
류 길하 교장, 문인 화가 작가들도
모두 진지하고 의미있는 참석이 되었다.
그렇다!
무슨 일을 하던지 이렇게
진지하고 의미를 소중하게 담아
그것도 평생 가슴에 담기고 새겨질
그런 주고 받음이 되어야겠다.
마침 두분의 작호를 주선한
나의 징검다리 역활은
누가 뭐래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일이되니까...
인곡 권 이사장의 구담정사가
분위기를 잡아주고
귀하다, 귀하다 하면서 내어놓은
100 년 묵힌 도라지 가양주로 축배를 들고
집에서 정성껏 마련한 푸짐한 음식과 동동주 맛은
마치 궁중잔치를 방불케 했으니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은 참 속이 아리겠다.
나까지 나서서 축사를 길게 하면서,
그리고 작호를 한 중관 황교수의 작호법 해설도 곁들여
요즘 이름을 받들어 소중하게 해야하는 일,
이름에 인격을 담아 간직하는일,
연비로, 신념과 가치관으로, 처지를 낮추면서
호를 짖고 불렀을 전통과 윗대어른의 마음을
곱씹고 되색임질 해야 하는 참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참고로 작호를 담당했던 황 교수의 호를 해설하랬더니
평생스승이신 一中 金 忠顯 선생님이 작호를 해주시면서
본인의 호 를 한자 주시고 세상을 제대로 보고 살라고
中觀 이라고 지어주셨다는 소개가 있었다.
觀世音 !
소리를 눈으로 보는 불가의 가치관 도 엿보이지만
중용의 도를 지키라는 가르침일것이다.
안동에서 서실을 하는 嵐泉 장 종규 선생을 부를때
해자를 해서 山風白水 로 놀리느라 짓굳게 바꾸어 부르고,
나는 호 가 시몬,베드로다 하고 억지소리도 하고
30 여명이나되는 선조어른이 쓰는
愼齊(齋?) 를 내세워 쓰지도 않는 호를 가지고
서양풍속으론 위인의 이름을 지어부르며
그 분의 삶과 가치를 이어지키려한다는 별난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나로서는 할말이 없는 처지이지만,
오늘 이 행사만은 옷깃을 여미고
가장 소중한 행사에 참석하여 모처럼 기분이 좋고 좋다.
진심으로 축하와 부러움까지 느끼면서
의미를 되새기고 값을 마음에 새겼다.
우리 친구들도
작호도 하고 호칭도 하면서 지내시는데
오늘 하루만은 제 이름과 당호를
되새김질 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