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식을 키우다 보면
정이 더 가는 아이도 있고,
형편에 따라 예정하지 않았지만
관심이 기울게 되기도 한다.
나도 세 남매를 키우면서 딸아이한테
내가 머슴애들에게 관심이 더 가 있다는 불평을 들은적이 있다.
또 형편이 그렇게 되어
둘째 아이가 의과대학에 들어가느라고
막내에겐 미안하게도 대학원을 희망했지만
제 형의 학비를 위해 양보하여 진학을 말린적이 있었다.
그러저러한 사연을 갖고 세월이 흘러
딸아이도 짝을 이뤄 시집을 가고 둘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다.
역시 딸이 보배라고 우리집 대소사를 잘 챙기고
두 남동생의 인생 상담역을 맡아있고
집사람에겐 언제나 곰살맞은 최고 후원자가 된다.
둘째도 힘은 들었지만 의사의 길을 착실하게 걸으며
제 짝도 마침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이고 동반자라서
더더욱 안성마춤이라 여긴다.
짝을 이루자마자 맞손자를 안겨주어
우리집에는 든든한 기둥이 박힌셈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에게나 막네가 안스러운법인데
나에게 막네도 역시 언제나 안스럽고 늘 미안하기만 하다.
조금 늦은 자식이라 능력이 부칠때 고비를 만나
원하는 대학원에도 보내지 못했고
제 형 뒷바라지 하느라 관심도 크게 두지 못하고 지낸다.
더더구나 충청도 땅에 떨어져 직장을 얻고
혼인도 그쪽으로 해서
마치 뚝 떨어져 살고 있는 느낌을 주게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나 가슴에 얹친듯 맺힌듯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한데도
막네는 어릴쩍부터 천성적으로 알뜰해서
장가들어 2 년만에 제 아파트를 제힘으로 장만하여
떠억하니 우리 중엔 제일 멋진 집에 살고 있다.
오늘은 이 막네가 나를 참으로 기쁘게 해 주었다.
요즈음은 누구나 다 가는 대학원이고
누구나 어지간 하면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소릴 들어도 별로 일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 막네는 오늘에야 대학원과정,
그 중에서 별것도 아닌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석사학위 수여식에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언젠가 혹 아버지가 밤에 전화해서 받지 못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면서 야간에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했고,
안그래도 쪼들리는 신혼살림에 집 장만하느라 어려울텐데
학비도 걱정해야되고 또 어렵게 사는 며늘아이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신중히 생각해야 할거라고 한적이 있었는데,
기특하게도 며느리의 도움으로
그리고 선천적인 알뜰함으로 이겨내고
학비도 한번 도와주지못하였는데도
척~ 하니 석사학위를 받고 만학의 결실을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마침 직장에서 이해해주고 협조가 되었겠지만
특수대학원과정도 아닌 일반대학원 과정을
힘겹게 이루어낸 막네가 자랑스럽다.
마음같아선 박사과정도 계속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어려운 과정을 한 얘기를 듣고는 더 권하고 싶지않아졌다.
오늘은 기쁜날,
그 무엇보다 막네가 자랑스러운날,
기쁨을 보태느라 년말엔
이쁜 손녀가 제애비를 축하하러 나온다니까
겹경사가 아닐수 없다.
싱거운 사람같이
발불출이 되어
제 피붙이의 자랑을 하고 앉았으니
노망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기쁘긴 기쁜날,
마음껏 기뻐할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