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을 가 보았는지 셀수조차 없지만
그래도 주산지는 여린 연두로 물드기시작하는
봄 빛깔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가을 추연한 채색의 단풍이
그와 못하다고야 할수 없을것이다.
화려한 만추의 옷을 입고
호반에 스치는 겨울에 ?기는 가을 바람은
물빛을 일렁이게하고
거기에 거꾸로 서서 반영으로 비치는
왕버들의 벌린 두 팔은 버르르 떨고 있다.
겨울철은 또 어떠한가
뽀오얗게 무서리를 머리에 얹고
어제 밤새 내린 소복이 쌓인 밤눈이
땅도 물도 하나같이 흰칠로 합쳐저 있는데
그 위에 나그네 발자욱이 나홀로 외롭다.
그런데, 그런데 그도저도 아닌
가을인가 하면 째랑째랑한 볕이 너무 따가와
아직 성근 가을일뿐이고
여름이랄수 없이 성큼 찬바람이 일렁이는
가을의 초엽
나는 나홀로 주산지 못 가장자리에 서성거렸다.
한창 젊은 나이에
청송의 산골 비포장 도로를
어렵사리 이리돌고 저리돌아
이 깊은 산골 주왕산 뒷켠
호젖한 주산지에 찾아들었을때,
떡버들 ( 왕버들 ) 숲길
사이사이로 비치던
신비한 봄볕,
빛의 소나기 같은 숲에 비친 빛나던 얼굴과
못 가장자리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며
올레길 외길이
어디 이런 비경을 감추고 있었단 말인가 하고
경탄, 경탄하던 이곳도,
관광객 몇을 더 품으려고
길을 뚫고 샛길을 넓히더니
몹쓸 사람들 발자국에 시달리더니
이젠 남은 떡버들도 몇 남지 않아
다 떠나고 텅빈
요즘 촌동네 헛칸같이 되고 말았다.
그런 사연 저런 사연 다 몸에 담느라
어찌 보면 물에 일렁이는 물이랑은
촌동네 할머니의 쪼글거리는 얼굴 주름같고
시달려 비틀어진 떡버들 째진 가지는
갈라터진 우리 할아버지 갈구리 같은 손마디 같다.
그래도 정은 정이라
나는 철따라 계절따라
그 정을 잊지 못해 여기를
그저 맴돌고 다시 찾아든다.
그래도 중년 보기 좋은
다정한 내외의 멋진 모습이
그런데로 위로가 된다.
가을이 더 깊어
온 절골이 다 붉고 누렇게 단장을 하고
나를 또 기다리면,
내 좋은 친구들과
외롭지 않게 허허거리며
여기를 마다않고
다시 찾으리....
그때까지 외롭고 서럽더래도
떡버들 청송 주산지야
기다리그래이
가슴앓이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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