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하 ( 立夏 )이니
봄은 가고 여름이 오는날이다.
봄이 무르익다못해 짓무르고,
황사에 쫒겨 저만치 가는 소리가 난다.
성급한 소리겠지만
꽃비 내리고 꽃잎이 떨어지니
봄이 쫓길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산책길에 나른한 봄, 보리가 익어가는 게으른날,
철드느라 그런지 이제사 자연에 묻혀 사는게 실감난다.
내가 이 진모래 자연에 묻혀산지
어언 30 여년이 되었건만,
제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지 못하다가
오늘에사
아! 내가 자연의 일부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참 이렇게 철 조금 드는데도
한마디 30 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오늘 유난히 물새 한마리가 날 보고 지저귀는데
그 맑은 소리에 반하고 반해서 쫒아갔더니,
아 글세 ! 나는 안된단다.
오종종쫑... 종종종
어찌나 빨리 걷는지 따라갈수가 없고,
조금만 가까이 디카를 드리대면
쪼로록 날아가 버리니 찍을 방법이 없게 된다.
그런데 난데없는 트럭한대가 왱~ 하고 지나가는데
아 요놈의 물새는 꼼짝을 않고
빤히 지나가는 차를 처다보고 섰다.
나는 안되는데 차는 친구가 되어 있다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게 차 만도 못한 사람!
저 물새 한마리한테는 내가 더 귀찮은 존재인 모양인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이 산골에 안겨산다고 생각했으니.....
그렇지! 저 물새가 노니고
원앙새가 사는 물동네에 내가 침입을 한 셈이고,
천둥오리가 오르내리고,
왜가리가 왝~ 소리지르며
동네 지키는 굽은 소나무에 오르는데
모두다 내가 그들의
보금자리를 방해하고 사는 사람이란다.
이제 뒤늦은 철이 들어
가만 가만 그들의 사는 곳에
미안해 하면서, 아주 죄송한 마음으로,
연신 고개짓으로 인사하면서
이 고즈넉한 산동네 물갓길을 걸으니,
그제사 약간의 경계를 풀고
제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게 허락해 주었고,
디카를 들이대어도 힐끈거리긴 해도
후루룩 달아나진 않는다.
그래 지금부턴 이 개울을 지나드라도
너네집이란걸 무조건 인정하고,
너네 구역 지나가는 미안함을
진정으로 미안함을 두손 모으고
가만 가만 지나다닐테니까
제발 이해 좀 해 주렴.
나는 아직도 이 진모래 득심골에서
30 여년을 살고 있어도,
텃새한테 괄세 받고,
제동네라고 의좋게 살아가는
원앙내외에 눈 흘김 당하며,
왜가리 한테도 팽~ 당하고,
하물며 개구리 친구들 한테도
저마다 개굴거리며 아우성 치게 만들고 산단다.
나는 언제 이 산골동네 식구가 될수 있으려나...
봄이가는 소릴 듣고
괜히 서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꽃지고 나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빛나는 신록이 오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