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데
이 밤 자지러지는 가야금 산조 가락에
넋조차 잃고 가슴이 오그라 드는
모처럼 흥과 멋진 가락에 취한 밤을 보내었다.
최 종민 교수가 안동에 내려와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의
화요 상설공연 < 우리음악 여행 >에
특유의 곰살맞은 맞춤 해설로
국악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었다.
이번달 공연은 가야금 독주, 서공철류 가야금 산조 로
우리들을 가슴이 오그라 들게 한
강 정숙 인간문화재 제23호 명인의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가야금 산조를 듣고 우리는 그 동안 들어오던
가야금 소리와는 전혀 다른 신의 소리를 듣는듯하는
자지러지는 산조 가락에 빠져
아! 국악의 묘미가 이런것이구나 하는 맛을 느꼈다.
동생 강 길녀 ( 국악경연에서 대통령상 두번 수상 ) 명인의
판소리, 흥보가의 박 타는 소리도
우리를 신나게 해주었고
즉흥 우리를 위한 덕담에
부~자 가 된 마음이 되었다.
자매간이어서 그런지
가야금 병창도 얼굴도 소리도
마치 쌍둥이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한치의 여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마음 한소리를 들려 주었다.
친구들에게 나중에라도 들려주려고
가야금 산조랑 판소리, 가야금 병창을
길~게 동영상으로 찍었는데
아이패드에 올리는 엡을 잘못잡아
도대체 편집이 되지않아
같이 올리지 못하였다.
나중에 따로 들려줄 예정이니
가슴 여밀 준비나 단단히들 해 두었으면 좋겠다.
하도 감동의 여운이 남길래
출연자 대기실에 찾아가
대뜸 손을 좀 보자고 했더니
손가락마다 굳어지고 헤진 모습이
참으로 놀랍다.
강 정숙 명인은
오히려 엄지 손가락의 굳은 살을 보여주며
내가 제일 보여주기 싫은 손인데... 하신다.
세상에서 가장 아르다운 발이
세계적 발레리나 강 수진 씨 발이듯이
세상에서 가장, 정말로 가장 아름다운 손이
강 명인의 손이 아니겠는가 하고 덕담을 했더니
수줍게 웃으시며 손을 내밀어 디카에 담게 해 주었다.
자지러지고 간지러움에 현기증이 나게 했던
손가락 놀림에 매혹적이었는데
굳은 살 박히고 헤진 손이라니
한편으론 안타깝지만 역시 가장 아름답고
그 손가락을 쓰다듬어 위로했다니
나로서도 영광이 아닐수 없다.
우리는 흥에겨워 뒤풀이를 하기로 하고
용상동에 있는 훈제 불닭 갈비살 집에 갔는데
또 거기선 또다른 감동을 한방 먹이는게 아닌가?
이 집을 운영하는 여 사장님이
동행한 전 병문 교장이 경북여고에 근무할때 제자라는데
다 같이 늙어가면서도 한결같이 선생을 아끼고
푸짐하게 대접해 주니 너무나 감격스럽다.
뒤풀이를 하고 돌아서는데
따라 나오던 안주인 제자가
전 교장 손에 흰 봉투 하나를 쥐어주는걸
살짝 엿볼수 있었는데,
엇그제 내 제자의 정성을 자랑했었는데
내 제자만 제일인줄 알았더니
남의 제자의 스승 받드는 모습은
오히려 감동적이고 감격스러웠다.
사람은 이런 재미로 사나 보다.
좋은 가락에 가슴이 저리고
감동, 감격에 가슴 훈훈해지는
바로 이 맛에 인생은 살맛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