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 개인 후
진모래 , 득심골에는
여름이 주춤거리고 있다.
날씨는 절기를 따라 소서를 지나
대서, 초복을 향해 가고 있는데,
덥기는 삼복더위 저기 가라고 무덥기짝이 없는데
오라는 비는 내리지 않아
온통 가뭄 소식이 범벅이더니
마침내 장마의 장대비가 내렸다.
천둥 저편으로 번개가 번쩍이고
먹구름은 마침내 동이로 물을 퍼붓듯
밤새 쉼없이 내리더니
진모래, 득심골에도
계곡물은 황톳물이 되고 요란한 소리를 시작했다.
비 개인후 쨍 ~ 맑게 개인 여름날,
다시 진모래, 득심골에는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화들짝 천둥소리에 놀랐는지
아님, 번갯불에 감전이 되었던지
놀란 노랗던 나리꽃이
얼굴이 지지버얼겋게 되어
마침내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저리 이쁘려고 얼마나 콩콩 여린가슴이 놀라 뛰었던고?
비 온뒤 모심기라더니
우리는 모심고 비 왔다.
어마어마하게 드넓은 (?) 우리집 논에는
자기도 부끄러운지 생기가 없어 안타깝다.
허기야 고무 다라이 에 시집온 처지이니
시집살이가 오죽하겠는가?
친구들 조차 놀리느라고
올 양식은 걱정없겠다던지
가을 추수가 풍성~ 하겠다는둥
빈정, 삐쭉거리지만
버리는 모 한줌을 구제 해주고 듣는 소리치고는
그저 재미있고 정겹기만 하다.
개망초 흐드러진 꽃그늘 속엔
여름 잠자리가 졸고 있고,
참깨도 약초 꽃도
예사롭지 않게 화들짝 피었는데
모두가 천둥탓이고 번개 탓만 하고 있으리라.
진모래, 득심골의 지금 여기
소요유하는 나는 길에서 길을 열심히 묻는다.
비 개인후 지금 여기
보리를 베고
콩심었는데 산비들기도,
장끼와 까투리도,
거기에 고라니 까지
올라오는 새 싹을 두고
다툼이 한창이다.
그래도 사람 먹을건 남겨둘게 틀림없다.
비개인후 지금 진모래 득심골에는...
며칠전 대구 친구가
아내가 정성들여 담갔다는
오디, 모과, 오미자 술을
왜 이맘때 갖다주고 갔는지
이제사 그 의미를 알만하다.
개울물 소리 안주삼아
핑크, 노랑, 짙은 와인빛을 음미하며
한잔씩 홀짝거리라고 말이다.
진모래 득심골에 사는 재미란
바로 이런것이렷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