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1등석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퇴진까지 불러온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퍼스트클래스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됐다.
담요 대신 거위털 이불이 제공되고
비행 중 입을 실내복도 준다.
무엇보다 견과류를 서빙할 때는
먼저 봉지째 승객에게 보여주며 ‘드시겠습니까’라고
정중히 의사를 물어야 한다.
먹고 싶다고 하면 그때 봉지를 뜯어
작은 ‘가니시 볼(Garnish Bowl)’ 에 담아
샴페인 등 주문 음료와 함께 내는 게 ‘매뉴얼’이다.
어쩌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
비행기야말로 지극히 ‘자본주의적 공간’이라는 거다.
비행기만큼 돈값하는 공간도 없다.
인품이나 나이, 직업과 지위 고하, 외모도 소용없다.
오로지 얼마 내고 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다.
예전엔 1등석, 2등석, 3등석이라고도 했는데
계급적 표현의 거부감 때문인지 지금은
퍼스트, 비즈니스(또는 프레스티지),
이코노미(또는 트래블러) 클래스라는 우아한(?)
용어를 주로 쓴다.
항공료는 엄청나게 차이 난다.
조 부사장이 탔던 서울∼뉴욕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왕복에 이코노미석이 208만 원,
비즈니스석이 714만 원,
퍼스트석은 1312만 원이다.
이륙과 함께 스튜어디스가 치는 얇은 커튼 한 장으로
세계는 갈린다.
이코노미석 승객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석 승객에게도
커튼 너머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뭘 먹고 마시는지, 드레스룸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화장실 손비누는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심지어 남자들은 1등석 스튜어디스는 더 예쁜지도
궁금해한다.
(항공사에 물어보니,
“좀 더 숙련된 승무원을 배치할 뿐
미모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부사장이 탔던 A380 기종의 경우 총 407석 중
퍼스트클래스는 12석으로 전체 좌석의 약 3%다.
퍼스트클래스는 서비스 못지않게
어떤 사람이 타는지도 관심사다.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중앙북스)를 찾아봤다.
16년간 국제선 퍼스트클래스를 담당한
일본의 스튜어디스가 쓴 책이다.
국제선 1등석을 ‘성공한 사람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으로 정의하고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독서광이다
하나같이 책을 들고 있다.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는다. 대부분 전기 또는 역사서다.
▽습관적으로 메모한다
이코노미석에서는 입국 서류 작성 시
여기저기서 펜을 빌린다.
1등석에선 펜 달라는 사람이 없다.
메모하는 습관 때문에 항상 펜을 지니고 있다.
▽의사 표시가 정확하다
승무원이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하고 되묻는 경우가 없는 곳이 1등석이다.
그만큼 요구 사항을 명료하게 전달할 줄 안다.
특히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몸에 밴 작은 배려의
습관이었다.
탑승 후 겉옷을 벗어 승무원에게 줄 때 받아서
옷걸이에 걸기 쉽도록
방향을 바꾸어 건네준다는 것이다.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할 때도
‘할 말이 있다’고 예고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소통의 기술도 있었다.
저자가 주목한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힘을 모아 더 큰일을 도모한
창업자’들이었다.
항공사 오너의 딸이라고 해도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는 한 명의 승객일 뿐이다.
1등석은 돈만 많으면 누구나 탈 수 있지만,
격을 갖춘 ‘1등 승객’은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아래 명언을 다시한번 되새겨 봅시다
口禍之門舌斬身刀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른다
밝혀주는 샛별과 등대가 되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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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같은 내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