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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어느 여름날,
오가는이 조차 아무도 없는
고적하기까지 한 만대루 누마루에서
아흔여섯 노모를 모셔두고
휘적 휘적 춤추는 아들을 상상해 보시라.
구담정사 당주 권 오춘 ( 해동경사연구소 이사장 )의
요즈음 판, 기로연쯤 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농암 이 현보 부사가 안동의 칠십 노인들을 관아에 모시고
때때옷 차려입고 춤추며 대접하고
경노의 예를 다하였다는데서 유래된
안동부의 기로연은 요즈음도 재현되고 있다.
느닷없는 기로연 이야기는 무슨 연유인가 ?
우리 일행이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 가근방에 있는
권 이사장의 초은당에 초대된 연유를 이야기 하기 위함이다.
그날 점심자리에서 우연히 권 이사장을 만나고
노모님 모시고 맛있는 점심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정다와
찾아가 인사했더니 사연을 이야기 해 주었다.
춤을 배운지 여러해 되어 이젠 전국을 돌며 춤추고
유명 공연장에도 초대되는 처지인데도
어느날 문득 깨닫고 보니
정작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춤을 추어
기쁘게 해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후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비도 오고 분위기도 좋아서
병산 여덟폭 병풍이 둘러진듯한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어머니를 위한 춤 한판을 하고
점심 모시러 왔다는 사연을 들려준다.
나는 잠깐 전기에 감전된듯 숨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나도 아흔 여덟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처지이고
또 안동이 지금 인문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포럼을 준비하고
유교적 가치를 다시 되새기기 위하여 숱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다소 관념에 치우쳐 봉제나 행사에 열중하던 중인터라
오늘 듣는 작은 에피소드 같은 효심에도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다 . 제가 모시는 노모는 뒷전에 두고
무슨 요란한 제의나 행사란 말인가 ?
너남없이 효도를 다하고
자녀들을 성심껏 알뜰히 가꾸어 기르고
이웃에 따뜻한 정을 나누어 가지는게
진정 가치로운 우리 삶의 실행이 아니던가 ?
잠깐 잊었던 나를 되찾기라도 하는듯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어머니 대접하듯
서둘러 점심값을 대신 지불하였다.
자랑하려는게 아니고 이런 사연으로
조금 미안해진 권 이사장이 몇년째 만나기만 하면
양수리 초은당에 한번 오라면서 초대들을 해 왔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더운 여름날 지나면
바로 초대하겠으니 꼭 ! , 꼬옥 다녀가라는 다짐을 했었다.
해서 날을 받고 정성을 들여 우리를 초대해 주었고
우리는 아예 아, 나, 쓰죽 은퇴그룹 친구들에다
내가 이끌고 있는 영남 예술 아카데미 학생들까지
대거 70 여명을 버스 두대에 나누어 타고 처 들어갔다.
권 이사장은 기가 막혔을 것이다.
내가 이런 사람인줄 모르고 일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참, 사람 인연은 오묘하기까지 하여
이왕 벌린김에
춘천에 사는 오랜친구 황 재국 교수 (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까지
부르자면서 자기도 서울 춤패들을 모을테니
우리 걸판지게 풍류 한마당을 즐기자고 해서
나 또한 마다할 사람 아니고 바로 응해서 된 일이
바로 이번 풍류만남 이 된 것이다.
해서 안동은 전통한지를 테마로 해서
한지 한복 멋을 보여주기로 하고
춘천은 서예대가 황 교수 특기대로 서예 퍼포먼스를
권 이사장은 멋들어진 풍류 춤 한마당을 나누어 준비했다.
앞으로 하나 하나 스켓치 해 올려 보려한다.
오늘은 초은당 을 스켓치 했다.
이미지로 보아도 짐작하겠지만
마치 큰 절칸같이 큰 전통가옥에 옷칠을 아홉번까지 했다니
나머지는 일러 무엇하겠는가 ?
집이라기 보다 공예공간이고 무슨 시위라도 하듯 하는
다듬어진 궁중 뒤곁이나 되는듯한 정원이다.
내다보이는 경관은 한강의 두물머리이고
산세좋고 공기좋고 물 좋으니 정자짓고
풍류남아 사람만 모이면 그만이니
오늘이 이 세가지가 다 완성되는 날이다.
또 모이고 보니 희안하게도
이곳 한강의 두물머리 합강 강변이고,
모인 춘천도 소양강 두물머리 합강이며,
우리 안동도 낙동강 큰 두물줄기가 모여 흐르는
두물머리 二水最嘉 永嘉 이니
사람도 셋이요 강도 세갈래요
준비한 풍류도 세가지 빛깔이다.
좋커니 우리 한번 풍류를 즐겨나 보세나.
초은당 그림같은 마당에서
그리고 옻칠 반짝이는 누마루 대청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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