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일본에 다녀와서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렸더니
가끔씩 어지러움증이 있어 잠깐 어질했더니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떠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병원에 달려가 MRI 를 찍는다 , 심혈관초음파에다,
심장전반을 체크하는등 수선을 피웠는데
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네요.
우린 이제 조금만 어째도 깜짝깜짝 놀래니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되었지?
진단도 깨끗하다해서 기분이 좋아져
기념 나들이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친구들 등살에 가까운 절 구경을 나서기로 했다.
자주 찾는 문경 김용사에 갔는데
사실 10 여년전 큰 불이 나서 대부분 소실되고
절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나는 그 이후로 이 절을 가까이 하지 않은 셈이었다.
오늘도 사실 뭐 별게 없겠다 싶어서
버릇삼아 처다보는 절의 풍경을 올려다 보다가,
파아랗게 비취빛으로 빛나는 하늘이
내 가슴에 와락 다가와 안기는게 아닌가?
순간 , 나는 잠깐 저 서방정토에 있다는
푸른 유리세계에 마음이 닿아 있었다.
아니 아직도 내 어지러움증이 사라지지 않은게 아닌가?
그런 찰라가 지나가고
그 유리세계 같은 하늘에
비천이 훠~얼럴 해금소리에 실려,
하늘에 오르는지,아니 하세하시려 내려오시는지
희디흰 옷자락을 벌럭이고 있다.
절구경 하면 대개 이구석 저구석 기웃거리게 마련인데
오늘은 왜 풍경을 올려다 볼 생각을 했는지?
그 하늘에 왜 하필 파아란 유리세계에
희디흰 옷자락의 비천이라니...
거기다 쌩~한 해금소리까지 들리다니.....
친구들이여!
나 같이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때론 저렇게 서방정토 파아란 유리세계도 보고
비취빛 하늘을 배경으로 하세하는 비천을 보게 되나니..
그대들도 오늘부턴
발아래 구린내 나는 바닥만 보지말고
하늘을 올려다 보려무나.
이제 하늘이 깨끗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가을이 빛나는 9 월이 아니든가?
그러세나.
밑만 보지말고
저렇게 파아랗게 빛나는
저 하늘에는
해금소리도 보이고,
비천의 옷자락 휘젖는것도
들리게 될테니까.....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절 구경을 나서는데,
명부전과 약사전의 갈림길을 안내하는
표지판 앞에 서 있었다.
왼쪽으로 오르면
누구의 원이나 들어주어
병을 낫게 하는 약사전이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명부전의 산길을 오르는데
나는 약사전을 뒤로 하고 명부전으로 올랐다.
명부를 돌아보고
그들의 내일을 빌어주기위해서다.
법당 입구엔
무엇으로 쓰이는지
커다란 목탁이
딱따그르 소리를 기다리고,
머리맡에는
땡강땡강
풍경소리가 산사를 깨우고 있는데,
마지막 돌아나오는 길에 만나는
요사체에는 빨래가 펄럭이는 사이에
스카이 방송 접시 안테나가
생경스레 내 눈을 잡아 묵는다.
아, 아 그래!
여기 사람이 살고 있는것이지...
부처님 집에 사람도 살아지는것이지...
절구경을 마치고 돌아내려오는길에
나를 보고 씨익 웃는자가 있어
마주 하고 앉았는데,
어찌 보면 해태상인지
아니면, 천년을 살아지는 거북이상인지,
아니면 내세를 건져 올리는 미륵의 또다른 얼굴인지,
나는 그저 친근한 친구같은 생각이 들어
그가 가르치는 곳으로
좀채 오르지 않는 운달산 기슭으로
발걸음을 돌렸더니
고운 자태를 숨기고 사는 비구 한분이
우물가에 나와서 처사 한분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쭈뼛쭈뼛 다가가
여기 며칠을 머물수도 있는가 물으니
아무말없이 요사체로 물러가시고
채소를 가려 ?고 있던
사람좋아 보이는 보살 한분이
아무렴요, 사전에 연락만 닿으면요,
사람사는 곳에 사람이 머물겠다는데
그게 뭐 대수랍니까? 하고
시원스레 답하고는
여기서 더 올라가면
또다른 암자도 있으니
둘러 가라고 얘기 해 준다.
물어보는 꽃 이름은
모른다면서 ....
그런데 다시 산을 돌고,
경천호 호수를 굽이돌아
용문사를 들어서는데
사천왕문에 와닿는
또 하나의 법문이
가슴을 후벼 닿는데
그건 사천왕 억센 발에 밟힌
아귀의 쩍 벌린 입에서
악~ 하고 소리 지르는
우리 이 세상의 아픈 현실을
관음 하였으니....
그래도 마음이 편안한 것은
운달산을 내려오는길에 만난
자그마한 연못에 비친 물그림자에서
우리가 엎디어 비는
부처님 세계를 보고 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