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 막 들어서면서 보는
가을 하늘 예고편은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가을 하늘은 청명하다 했던가?
청명이 무슨 말인지 이제사 알겠네.
비취빛이라 할까? 아니 쪽빛에 더 가깝겠지?
구름 한점 없는 가을, 그 청명 하늘이라니....
산보삼아 나들이 한 가을 입새 문경새재는
칼로 베어놓기라도 한냥 주흘산 산자락이
낱 올이 보일만큼 선명하고 깨끗하다.
살짝 목깃을 스쳐가는 가을 바람은
청량감을 더 돋우고,
그늘에 들어서 느끼는 때아닌 한기는
볼에 소름이라도 돋굴모양
서늘하고 시원하다.
제 2 관문, 조곡관까지
아예 신발까지 벗고 맨발로 걸을까 보다.
여기 와 보지 못한 사람처럼
만나는 풍광은 새롭고 눈이 부신다.
그렇지, 누구하고 거니느냐가 중요하겠지?
마음맞는 친구와 덕담을 나누고 걷는 길은
멀먼 멀수록 정이 더 도타와 지는법,
아예 이길로 한양까지 갈까부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귀를 씻고
보이는 저 청명 하늘에 마음까지 씻는다면
오늘은 신선이 되어 유산하겠구먼...
친구들이여,
여기 모두가 와 봤겠지만
오늘은 다르네 그려.
무엇이 다르냐 하면
들이쉬는 기쁨의 숨이 다르고,
내쉬면서 찌든걸 내 놓는게 다르다네.
그리고 정을 도닥이는
친구와 정담이 유별나게 다르네 그려.
옛길 가장자리에 잘 보이라고 새겨둔
송덕비, 선정비는 무슨자인지 보이지않지만
흐르는 개울물에 열심히 써 내려간
우리네 세간사는 물밑 바닥까지
훤하게 보이고 읽히니 말일세
그대도 이리 한번 걸어 보실란가?
우리가 다시 오도록 유혹하는
하회 류 씨 미즈님의 < 예스터 데이> 섹스폰 가락이
내 뒷꼬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이 달이 가기전에, 그것도 사람이 한적한
평일 오후 어느날,
이리도 구름한점 없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거든
무조건 이리로 납시던가?
그래서 정이 이리저리 풀풀거리고 떠 다니거들랑
그대 가슴에도 줏어 담아 가시게.
행복도 그대 만들어 가지는 만큼 가질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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