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세연정을 다녀왔다니까
녹우당은 안갔나? 하고 친구가 물어왔다.
그럴리야!
녹우당에서 무얼보고
무얼느꼈느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엉뚱하게도,
해남 땅, 녹우당에서 본것 가운데
정말 엉뚱하게도 내 눈을 잡아 묶은건
땅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백꽃 낙화였다.
왜 그렇게 그게 인상적이었는지는
나도 딱히 설명하기 어렵다.
언젠가 고창 선운사를 갔더니 들어가는길에
미당 서정주 의 시를 적어뒀는데
그가운데 동백에 대한 시어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땅바닥에 지는 동백에 대한 것이어서
그게 생각났던건지....
어찌된 사연인진 나도 모르겠으나
화려한 옷으로 우리를 맞는 은행의 커다란 반가움보다,
돌아나오면서 눈여겨 본 소나무 둥치에서 느끼는
고산 윤선도의 가물가물한 연상보다도,
나의 뒷덜미를 잡아 끄는건
몇떨기 피어난 동백꽃의 수줍음과
땅바닥에 내동댕이처져서 흩어져 밟히는
여기저기 그저 밟히는 동백의 낙화였다.
이 강열한 인상은 나중 만나는
보길도 세연정의 동백에서도 어김없이
나의 마음을 도려내고 후벼파서
며칠을 지난뒤인 지금까지도
아리고 쓰린게 예사롭지 않다.
친구들이야 이런심정 알겠냐마는
그래도 그 핏빛에서 꽃그늘져
담장에 기어붙은 담쟁이 붉은 잎에서조차
동백의 붉은 멍을 보았다면
그대도 조금은 느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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