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자녀들 혼사에 참석해 보면
필혼을 할때가 제일 부모 마음이 묘하다고들 한다.
어찌보면 책임을 다해 홀가분 할것 같기도 하고
이제 인생 종 첫다는 다된 인생을 느끼기도 하는것 같다.
안동 천세창 친구가 막네를 장가 보내며 느끼는 감회도
역시 마음 조리며 기다린걸 생각하면
시원하고 개운한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내 인생도 이렇게 다한걸까 하고 허허롭기도 한 모양이다.
입은 웃는데 어째 표정이 허전해 보이는걸 보면 말이다.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장가갈 생각을 안하고
애간장을 녹이던 놈인데
친구인 내가 남의 혼사에 둘러리 서고 있는걸 보고
니는 장가 안가고 남의 결혼식이나 돌아다니나 하고
꿀밤을 먹이고 멋티를 주면
가긴 가요 하면서 머쓱해 하면서도
또 몇년을 그냥 보내더니
드디어 장가를 가서
친구인 내 속이 다 시원해진다.
뒤늦은 장가를 가서 모두 반가와선지
동기 친구들이 꽤 많이 찾아왔다.
대구에서도 많이 왔고
서울에서 모두 출동을 한 셈이다.
동기 친구인 김 길홍 전 국회의원이 주례를 서고
자별한 주례사로 덕담을 선물하고
바쁜 일정에도 참석해준 친구들의
우정이 새삼 고마움으로 와 닿는데
그래서 그런지 혼주는 입이 귀에 걸렸다.
안동 혼사가 유별난것은
접빈객의 호사인데
객지에서 예식이 있을라치면
왕복 관광뻐스에 봉개를 넉넉히 준비하고
식장에 가는동안 온갖 서비스를 다하고
휴게 지점에선 목을 축이라고 식혜대접은 기본이고
문어 안주에 술 일배가 보통이고
배가 고푼 분들을 위해서는
아침식사와 간식이 제공된다.
차 안에서 노래방 신바람도 덧붙어지고
때론 혼주가 권주가를 멋들어지게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반드시 저녁식사를 도착지 부근에서 대접하고
사돈댁에서 폐백으로 제공된 음식을 나눈다.
어찌보면 과공은 비례라 할수 있겠는데
행초대도 제공되는게 일반이니
이를 어찌 봐야 할것인지?
어찌되었건 정성을 다해
축하객들을 접빈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대접이 푸짐했다.
서울, 대구에서 온 친구들에게도
갈때 입 축이라고 한 봉개씩 나누고...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혼사에 참석해 보면
< 예식장 식 > 이라는 혼사의 식진행이
참 복잡다단하다.
소위 신식이라고 해서 도입했던
서양식 혼인예식이, ( 그것도 교회식의 모방이지만 )
이젠 아이들 이벤트까지 엄숙한 예식에 덧 붙혀져
이건 예식인지 아니면 놀음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눈쌀이 찌푸려지는 꼴불견은 별로 없어서 좋았다.
오늘같이 좋을수가 있을까?
오늘같이 이쁠수가 있을까?
오늘같이 신날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