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의 봄 이라는
소설을 읽은적이 있었다.
이른 봄이긴 해도 나는 운현궁의 봄을 보았다.
역사의 현장,
조선 의 마지막 시절,
격변의 현장에
한가한 나들이를 나온것이다.
우리 단 네사람을 위하여
서울시 문화해설사 강 호정 선생이
추운 꽃시샘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알뜰하고 성의있는 해설을 해 주었다.
강 선생의 해설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의문이 생겼다.
수십명은 모여야 해설해 줄줄 알았는데
이렇게 적은 수의 우리일행만을 위해 해설을 맡아주니
미안하기도 하고 안스러워 물어 보았더니
단 두사람,
아니 외국인이면 단 한사람이라도 해설해 준다는 것이다.
문화해설사 선발과정도 무척 까다롭기도 하지만
재교육, 관리도 무척 부러울정도로 잘되어 있어서
안동도 이렇게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운현궁, 대원군 이 하응은
우리나라 역사의 한 획을 맵고 크게 그은분이고
안동 김씨와 악연이 그러하거니와
내가 믿는 천주교 박해의 장본인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답사는 이어지고
철모르는 탐방하는 아이들은
멋모르고 웃고 떠드는데
덩달아 외국인들도 껄껄거린다.
해설사 강 선생의 이야기 중
교회 박해사의 극을 보여준 대원군이지만
그 부인 민씨는 정작 독실한 천주교 신자 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의 극점을 찍는다.
강선생과 나는 이를 소설로나 드라마로 쓰면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것이라면서
정말 잘 스토리 텔링하면
역사에 남을 명작이 될것이라고
나와 서로 소재를 다투며 작품을 만들것을 다짐하였다.
북촌 한옥마을 답사의 시작점인 운현궁에서
너무 생각이 많아진 나는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걸음이 늦어졌는데
다음 일정에 등을 떠밀려
그 역사의 현장에 걸터 앉아보지도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예나 지금이나
운현궁의 봄은
춥고 바람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