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면 제일먼저 창경원 벗꽃놀이가 생각날때가 있었다.
창경원 하면 동물원이나 식물원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서울 갔다 왔다면 으레 창경원 가 보았느냐는 인사를 듣기도 하고
마치 서울하면 창경원만 있는것 같이 느낄때가 있었지요.
오늘 나는 그 곳에 50 년 인연을 이어가면서
대부와 함께 한가하게 나들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과
조선 왕가의 핍박, 그리고 왕궁의 훼손을
이야기 하지 않을수 없게 되지요.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훼손한것은 1909 년이니까
강제병합도 되기 전이었습니다.
1911 년 창경원으로 이름조차 격하시키고
왕과 왕비들의 거처를 동물들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니
참 지금 생각해봐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입니다.
만약 일본 황궁을 이렇게 훼손했다면
일본열도는 어떻게 하였을까요?
50 년 지기 대부와 모처럼 정담을 나누려고 나선곳이
이런 역사의 질곡을 몸으로 겪어낸 곳이라니,
너무 아프고 아린 역사의 현장이었지만
오늘은 그런걸 생각하기보다 뒤늦게나마
1983 년 창경궁으로 환원하여
그뒤 창경궁 복원 공사를 거쳐
그 화려하던 벗꽃 나무는 윤중로로 옮겨가고
동물들은 서울공원으로 옮기고
이제는 그 곳 조차 찾을수 없을 정도로 모습이 일신되고
옛 조선조의 왕과 왕비들이 거처했던 체취가 느껴질정도로
정갈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말그대로 < 동궐 > 로 불렸던 창경궁의 모습을 되찾았다.
서쪽 어깨를 창덕궁에 동무하고
남쪽으론 종묘와 잇대어져 있어
말그대로 한양 600 년 중심이 된다.
앞으로 친구들과 서울서 만난다면
나는 이 창경궁, 명정전 앞뜰
정일품 나의 자리에서 만나자고 해야겠다.
임진왜란 후 광해군이 창경궁을 중건할때 지은
그때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의연하게 역사의 질곡을 지켜보면서 통곡의 아픔을 겪어내었던
궁궐의 정전중 가장 오래된 그 명정전 앞에서
보고싶던 친구와 만나서 켜켜히 담아둔 얘기를 나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만남의 장소가 어디 있겠는가 ?
경복궁, 창덕궁의 위엄에서 약간 비켜서서
가장 조용하고 찾는이 조차 가장 적어 한적한데
봄은 봄대로 꽃 피어 좋고, 가을이면 낙엽지는 뒷뜰을
친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거닐면서
옛 추억을 노래하면 정말 좋고 좋으리...
이 창경궁은 우선 전각이 그리 많지않고
규모 또한 아담할 정도이며 구조와 배치도
엄정한 일직선이나 평지가 아니면서
높고 낮은 언덕과 산세를 그대로 두고 조성하여
자연스럽고 자유스럽다.
정조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우리는 자주 이야기 하지만
그가 머물렀던 자경전 터도 언덕에 올려져 있고
성종이 왕실웃어른인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 비 안순왕후
덕종 비 소혜왕후가 편히 지낼수 있게 조성할때부터
궁궐의 위엄과 엄정함을 생각하기보단
편안한 여생을 여유를 갖고 지낼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지세를 거스르지 않고
특이하게 남향하지 않고 동면하여 조성하였으니
그런 저런 것들도 살펴가면서 돌아본다면
지워졌던 우정도 다시 되살아날 것 같은
만남의 장소로는 이 보다 더 좋은곳이 없을것 같다.
혹, 가족들과의 나들이를 하거나
옛 인연의 사람들을 만나
손잡고 거니는 곳으로도 안성마춤일것같다.
언제 한번 서울친구들을
이곳에 불러 모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