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내동기들

봄이 오는 소리(진구/作).

아까돈보 2011. 3. 14. 06:19

 

 

 

 

 

 

 

 

봄을 시샘하는 눈흘김이 아무리 매섭다해도

오는 봄을 지가 어찌 막을수 있을건가?

 

며칠전부터 나는

산책길에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는다.

 

경칩을 지난지 한주일이 지났지만 그래도

얼음도 채 걷히지 않았고 물도 차가운데

혹시 요즈음 내 귀가 이명에 시달리니까

환청을 듣는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거니는데 오늘은 비가 오려는지

개구리 우는 소리가 너무나 노골적이다.

 

해서 소리나는곳을 찾아 논두렁길을 따라 걸으니

논 가장자리에 물이 고여있고

거기에 개구리의 봄노래 합창이 우렁차게 들린다.

 

그런데도 내가 가까이 가면 숨소리를 숨기고

자취도 볏둥밑으로 숨어들어 모습도 찾을수 없다.

 

다만 사랑에 눈이 멀고 아무것도 뵈는게 없는

신혼 개구리 부부가

정답게 껴안고 꼼작도 않고 있어

내 디카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논물 가장자리엔

벌써 올챙이 알이 다닥다닥 무리져있고

여기저기 거품을 물고 숨을 모두어 쉬는 개구리 어미들이

혹시나 제 새끼 걷어갈까 놀란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을 부릅뜨지만 제 눈만 핏줄이 설뿐

내가 쉽게 물러날 사람인가?

 

도랑을 고르고 있던 농부 가

나와 개구리 숨바꼭질을 지켜보다가

게 무엇하고 있나요? 하고 말을 붙힌다.

 

나도 실없이 느껴져 히죽 웃으며

개구리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네요 하니까

그 사람 싱거운 사람일세 하면서 혀를 끌끌차며 지나간다.

 

돌아서는 내가 우스운지

표범나비 한마리가 팔랑거리며

앞길을 안내하는데,

 

어릴때 새해 첫 번 보는 나비가 흰나비가 되면

가족이 누군가 죽는다고 해서 얼마나 마을조렸는지

흰 나비 보고도 노랑나비 보았다고

자기를 속이기 바빳던 생각이 되살아난다.

 

날개빛이 아름다운 표범나비를 만났으니

올해는 좋은일만 있으려나?

 

돌아서는 길가에

나같은 은퇴자가 심심풀이로 기른다는

꿀벌통에선 날이 따뜻해 져서 그런지

날개짓이 활기차고 분봉을 서두르는지

엉기고 무리져 날아다녀

작년가을 말벌에 쐬어 얼굴이 망가졌던게 떠올라

얼른 지나쳐 종종걸음하는데

아직도 날 놀리는듯

개구리 우는 소리와

산새들의 조롱 소리가

길~게 길게 날 붙잡아 당기며

오는 봄을 희롱하는듯 산길을 꼬불거리게 만든다.

 

오늘 내가 듣고 본 봄풍경 한자락을

친구들에게 택배해서

봄구경을 시켜주고 싶다.

 

자~ !!!

봄 받아 보시게

 

도랑을 건너는데 버들강아지는 제철을 벌써지났는지

힘이 빠져 가지를 느려뜨리고

활짝 핀 잎새사이로 흐르는 도랑물이 힘차고 거침없다.

오는 봄은 어김없이 오고

가는 세월을 거침없이 흘러간다.

 

앞산엔 까투리 부르는 장끼 비명이 산울림되어 울리고

하늘엔 나른한 봄에 게으름 부리는 산새를 노리고

매 한마리가 머리위를 어지럽게 돌고 있다.

제가 언제 잡혀 죽을지도 모르는데

철없는 산새 몇마리는 아직도 봄노래가 끝나지 않았는지

휘리릭, 쫄쫄 목소리가 기름친것 같이 매끄럽고

이쁜 목소리로  옥타브를 드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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