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내동기들

겨울준비 톡톡히 (진구/作).

아까돈보 2011. 11. 19. 22:40

 

 

 

 

 

 

 

 

 

 

 

立 冬 지나고  小 雪 다가오는,

겨울이 오늘 소리가 유난한 주말,

 

나는 우리집 마당에 드리워진

가을이 바람따라 산길을 넘어가고,

얼른슬쩍 겨울오는 소리가 담넘어 오는걸 느낀다.

 

무우말랭이를 만들어

곤짠지를 맛있게 담가

아이들에게 보낸다면서

어머니와 집사람이 밤새 무우를 썰었다.

 

겨울을 썰고 있다고 해야할것 같다.

 

앞마당 나무에 걸어 말리는걸 보니

마치 옛 추억이 주렁주렁 매 달린것 같이

정겹고 따사로운 정이 느껴진다.

 

맵싸한 곤짠지라 이름하는 겨울 반찬은

우리들 어릴쩍 제일 맛있고 가까왔던 밥반찬이다.

 

약간 삐득하게 골려서 말린 배추 속과

고추 잎파리를 섞어 넣어 만든 곤짠지는

달달해서 입에 짝 달라붙듯 맛있었다.

 

밴또라 불리던 시절의 도시락 반찬으론

최고의 반찬이었고 자그만 항아리에 담아

자취하는 자취방에 자리 잡으면

겨울살이는 그저 넉넉하기만 했다.

 

사범학교 동기이자

손녀뻘되는 일가 친구인 영자씨가 담가준

춘양 초임지 병아리 선생이었을 적에 먹었던

한겨울 밥반찬이었던 곤짠지는 아직도

그 맛을 따라잡을 반찬이 없다.

그 고마움은 그저 말로만 떼우고 살아간다.

 

며칠전엔 장맛이 있어야 집안이 화평하다면서

90 노인 어머니가 콩을 쩌서 힘없이 밟아 만든 메주가

앞뜰에 매어달려 마촘하게 곰팽이 꽃이 피어났다.

 

그런데 올해는 곳깜도 안된다는 이 가을에

하회 류 길하 교장이 어머니 맛있게 잡수시라고

 손수 따서 준  감 홍시가

 심술굿은 날씨에 물러 터져 물홍시가 되고 말았다.

 

버리기에는 준 정성과 맛이 아깝고

두고 보기엔 썩어문드러지는

요즘 하수상한 시절같아 조바심이 이는데,

 

 오늘부터 가을을 쫒는 바람이 새초롭게 차가와

이제부턴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立 冬 지나고  小 雪 앞둔 이 주말에

코끝이 시린 내 이층방에서 전기담요 불을 높이고

넙대대 엎드려 오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하는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마당에 널어 말리는 무우말랭이가

곰팽이 슬지 않고 제대로 말려져

우리 아이들 입에 맛있게 들어가야할텐데...

손주놈 윤이가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을 곤짠지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