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친구가 고향을 다니러 왔다.
텁수룩한 턱밑 수염조차도
더 고향 친구임을 느끼게 하는
소산 동네 출신
김 교현 선생이 고향을 온다길래,
반가운 얼굴도 볼겸
몇년전 부터 입버릇같이 이야기 하던
곱고 고운 붉은 매화 몇그루를 얻으러
소산으로 향했다.
몇년전 까지 어른 양주분이 다 계셨는데
어느 사이에 좋은 곳으로 가셨고
빈집으로 가끔씩 어른들 보고싶어 찾아오는
김 선생을 기다리기라도 하는듯
옛 이야기를 품고 우리를 반긴다.
부인을 잘두어 호강을 한다고 놀려대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명품 홍삼차를 다려와
빈집인데도 우리를 접빈하는데 자상하고 다정하다.
맛있는 차를 마시며
함께 동행한 천 세창 친구가
마당에 있는 < 구지 뽕 나무 > 를 탐낸다.
요즘 최고의 건강나무라며 가시가 촘촘히 박혀있는
구지 뽕나무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다.
마음 좋은 김 선생이 어디 그냥 있을 사람인가?
아주 준비성있게 준비해온 휴대용 톱과 전지가위로
아예 밑둥부터 싹둑싹둑 잘라
마춤하게 갖고 가기 쉽게 길이를 맞춰 자른다.
함께 대구에서 동행해온 친구 신 정치는
디모도, 조수역을 너무나 잘해서
환상의 조가 탄생했다며 웃으며 농을 했다.
가시가 이리도 날카로운걸 보면
이리도 알뜰히 지켜야할 보물을 품고 있는 모양이라면서
우리는 가시가 한층더 촘촘하고 날카로운
엄, 나무 도 자르기 시작했다.
가시가 있기론 가시 오가피도 있다면서
가시있는걸 모조리 잘라 줄 모양이다.
유감주술적인 생각으로
엄나무를 집밖에 심는 뜻은
잡귀가 범접을 하지 못하게 그런다는데
그게 이른 봄에는 새순이 나물도 되고,
몸에 좋은 한약재도 되고
관상수도 되고 있다.
나는 오늘 홍재를 만났다.
어른이 살아계실땐 함부로 손을 못대던
귀하다는 < 홍매 > 세그루를 얻었기 때문이다.
내년 봄에는 우리집 마당에 옮겨져 와서
빠알간 고운 꽃을 피울것이고
붉은 복사꽃과 어울려 무릉도원을 흉내낼 것이다.
집에 정성들여 심어 가꾼 홍매도
선뜻 캐 가라고 하는 친구가 너무나 고맙긴 한데,
나는 그에게 무엇을 내 줄수 있을까?
내 마음 소중한 곳에
그의 아낌없는 나눔을 간직하리라.
그리고 우리 이리 마음나누고 사는걸
친구들에게도 자랑하리라.
연전에 하회 터줏대감 류 길하 교장이
보기좋은 산수유 여러그루를
아예 집 마당에 심어주고 가더니
서리를 얹고 더욱더 빨갛게 달려
이제 눈만 오면 묘한 그림거리를 장만하고 빛날텐데,
봄 소식 제일먼저 전하는 친구가 산수유 뿐이더니
이젠 김 선생이 또 하나의 무릉도원을 선물하여
내년 봄엔 홍매 고운 자태가 절경을 이루게 되었다.
멀리서 반가운 친구가 왔으니
이보다 더 기쁜일이 어디 또 있을손가?
우리는 마음을 섞은
소주한잔을 맛있게 들이킨다.
우리 이리 사세나 그려, 하면서.....
열칸이 되는 곡식칸을 갖고 있었으니
이 집은 큰 지주임엔 틀림 없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대 지주이면서
일제때 소작인 권익운동의 주동을 하셨다니
얼마나 선각자 였겠는가?
안동 독립기념관 마당에
독립 유공자 명단을 비로 세워두었는데
이름 석자가 각이되어 빛나고 있다.
사람 키보다 훌쩍 더큰 이 홍매를 캐 가도 된다고
허락하는 인증 샷을 찍었는데 증인도 있어야 한다면서
새 정치만 한다는 < 신 정치 > 선생이 뿌득뿌득 함께 사진을 찍었다.
구지 뽕을 탐내며 이리보고 저리보고
실속을 채리기 바쁜 우리, 우리상회 천 사장
엄나무 까시에 한번 혼나 볼래?
자기 텃밭에서 배추 무우 다 뽑아가라면서
농감을 하고 왔다갔다 하는데
신 정치 선생은 무조건 뽑아재킨다.
아니, 연꽃이 이곳에 피어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