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는 꽃소식이 한창이고
매화, 산수유 축제도 열린다는데
아직도 진모래 득심골엔
매화볼만 부풀고 입술을 열지 않고 있답니다.
상기도 봄마중을 하지 않는다고
어쩌면 오던 봄 새악씨가 토라져 돌아선지 모릅니다.
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헤아리셨는지
예천 다례원 이 명헌 원장님이
오늘 논어 강학모임에 매화꽃을 활짝 보여주셨습니다.
차를 맛볼때, 향으로 코로 먼저 마시고,
찻물에 살짝 입술적시며 혀로 마시고,
그리고 다기들을 완상하면서 칭찬하고 마신다는데,
오늘에서야
차는 역시 마음으로 맛보고 즐긴다는걸 알았습니다.
옛 선인들의 풍류를 어슴푸레 짐작하기도 하고요...
우리를 위해 이 원장님은
손수 매화꽃 맹아리를 하나하나 모셔오고
예쁘고 예쁜 다기를 어쩜 그렇게 맞추어 오셨는지
거기에다가 한송이씩 따수운 물에 띄우고,
입술을 열어 뱅그르르 웃음을 웃는
매화의 화려한 꽃피움을 보여주었습니다.
매화 향만 좋은게 아니었습니다.
매화 차의 달사한 뒷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물론 그것보다 분위기가 더 죽여주는 것이었지요.
논어장구의 증자 이야기를 배우고 익히면서
풍류까지라고는 할수 없어도
마음으로 매화 차를 마시고
그 분위기에 함빡 젖어 들었으니까 말입니다.
욕심은 끝간데없어 무릉도원 봄바람 부는 초옥에
자글자글한 봄볕 맞으며 마시는게 제격이라 했더니,
예천 참한 농원 이 원장님이 그럼 이번 일요일
자기 농원 매화 밭에 모여
봄날 오후를 함께하자고 초대해 주었습니다.
아마 이번 일요일엔 정말 무릉도원에서
풍류를 째~ 지게 누리면서 노니게 될 모양입니다.
속물같은 걱정이지만
또다시 매화 차로 노니느냐
아님, 걸쭉한 막걸리 잔을 나누어 마시게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그것이 걱정입니다.
우선 오늘은 우리 다정한 카페에서
그림으로 보는 매화차이지만
달사하고 향긋한 차 맛을 즐기시고
마음으로 가만히 봄을 모셔 보시길 바랍니다.
매화가 피기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