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내동기들

안동 월영교 주변의 벗꽃 (진구/作).

아까돈보 2012. 4. 21. 10:44

 

 

 

 

 

 

 

 

 

 

 

 

 

사노라면

 

하늘의 해가 달에 먹히는걸 보기도 하고

달이 지구에 먹히는 걸 보기도 하지만

 

해가 달이 되어

호수에 떠 오르는 건 못 보았을 것이다.

 

나는 오늘 우리집 바깥정원에 있는

월영교 호수에 비친 제모습에 반한 해가

 말릴새도 없이 호수에 빠져

달로 뜨는걸 보고

자칫하다간 나도 호수에 빠질뻔 했었다.

 

해가 달이 되어

월영정에 뜨는건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오늘은 벗꽃도 꽃비되어 내리더니

호수에 거꾸로 피어나기 시작한다.

 

어쩌면 누가 있어

나 보라고 4 D 영상을 연출하는지 모르지만

이 환상적인 몽환을 넋을 잃고 보고 있다.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의 아침 청승을 보고

혹시나 하고 걱정하며 힐끔거리며 보는데,

 

그 사람들은 이런 물밑 그림에 관심둘 리 없다.

그저 제 사랑하는 사람

얼굴 바라보기에도 바쁘니까...

 

모두들 이젤 들고 그림그리려 다닌다는데

나는 똑딱이 디카들고

호수에 달로 뜨는

미친 해를 건져내고 있다.

 

오늘은 마지막 울음을 울듯

꽃비져서 내리는 벗꽃들도

호수에 거꾸로 서서 올려다 보고

산에 핀 산벗꽃 보고 이상하게 비딱하다고 웃는데,

 

나 마저 이렇게 정자에 등 붙히고 앉아

가랑이 사이로 보이는

 

호수에 달로 뜬 해를

마음에도, 눈동자에도, 술잔에도

그리고 저렇게 일렁이는 호수 한가운데서도

줏어 담고 있는데

 

짓굿은 봄바람 한자락이

이사람아 정신차리게 하면서

엣취!  재채기를 하도록 콧끝을 간지럽힌다.

 

이젠 봄비 내리느라

해도 달도 없는 내일이 오고

그 보슬비에 젖어 꽃비져서 내리는 벗꽃들도 다 가면

여기 호반에서 허허로움만 남아

멀건히 수면 저 끝에 매달릴

아지랑이를 쫒게 되겠지.

 

아마도...

 

 

돌아서는 길에 만난

이쁜 손녀가 할머니 손을 꼭잡고

 

< 할매요 !   내 아무리 바빠도

자주 자주 이렇게 할매 바람쐬 줄께 ! > 하고

까르르 웃는 청아한 웃음소리가

내 마음을 싸~ 아~ 하게

맑게 해준다.

 

아,  이 맛이야!

 

바로 이 재미로 우린 사는게지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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