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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거의 50 여년전
우리는 누구나 군대에 갔었고
이러저러한 인연을 갖고 살다가
스쳐가는 한순간의 인연으로 생각하고
이젠 까마득히 잊혀져 버린 한순간
기억속에만 남아 있는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한순간의 인연일 뿐인 이 인연이
아직도 여전히 켜켜히 전설을 만들고
추억을 엮으면서 계속되고 있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때가 많다.
나는 교보 00 군번으로 단기 1 년 복무를 하지않고
3 년동안 논산훈련소,
소본부 부관부 인사과에 근무하고 제대하였다.
당시엔 돈이 들끓는 돈산이었고 인사부정이 만연할때라
내가 근무하는 곳도 돈이 넘치니까 술과 여자가 뒤따르고
사람 버리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배치되고 바로
나는 군종 신부님을 찾아가
날 좀 살려달라고 조르게 되었다.
그래서 소개된 집이 당시 연무대 읍장댁이었는데
선생하다가 왔다고 하니 어린아이들 지도도 해주고
함께 신앙도 키워보자고 하시면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그래서 맺은 인연이 3 년을 이어졌고
제대할때까지 그집에 살다싶이 하였다.
정도 쌓일만큼 쌓이고 한가족같이 지냈지만
제대하는것으로 인연이 다 하는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 읍장님 내외분은 그 이후에도 계속 정을 주셨고
아이들이 크고 시집 장가가고,
다시 아이를 낳고 그러면서
새로운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게 되어서
매년 양력 설에는
우리집에 가족들이 다니러 오고,
이렇게 오고가면서 정을 계속 이어왔다.
안동쪽에 비가 좀 많이 내렸다는 뉴스가 TV 에 나올라 치면
읍장 아저씨는 " 이 관장 수해는 없는가 ? " 하고 안부를 물어오시고,
나도 쓰죽친구들과 함께 전주로 놀러가서
전주에 있는 사위 유 변호사 를 앞세워
막걸리 투어를 신나고 찐하게
그리고 아주 뿌리를 빼는 신세도 지면서
오늘 까지 그렇게 오고 가며 살아간다.
올해는 이 민읍장 아저씨가 90, 구순의 나이가 되었다면서
< 나 죽고 올라고 그러냐? 살아있을때 좀 보고 살자.
나 아이들이 용돈많이 주어 돈이 많은데
점심은 내가 살테니 좀 와라 ! > 하시면서
재촉을 몇차례 하시고 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 안동 우리아이들 영세 신부이기도 한
연산에 계시는 김 바오로 신부님이 와병중이어서
문병을 가는 후포 본당 김 이냐시오 신부님과 동행하게 되어
갑짜기 논산을 가게 되었다.
이야기가 장황하게 길어졌지만
읍장님은 90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주시고
쾌활한 평소 태도로 밝은 표정을 보여주시고
건강하나는 문제없다 하신다.
뿐만아니라 집에 방문해 보니
그 연세에 자전거는 물론이고
새로 샀다고 하시면서 신형 오토바이를 자랑하시면서
그걸 타고 전주까지 장거리 운전도 한다고 자랑이시다.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막 무가네로 문제없다 하신다.
못말리는 어른이고 참 걱정되는 할아버지이다.
가까이 사는 따님 이야기로는 웃으면서
전에는 우리를 강가에 내 놓은 아이 걱정하듯 했는데
이젠 우리가 아버지를
꼭 강가에 세워놓은 아이같이 걱정스럽다면서 웃는다.
몇년전 상배를 하고 지금은 혼자 지내시는데
독서하고 운동하고( 참, 방에 운동기구도 있었다)
성당다니고 동네 간섭 하시면서
왕성한 건강을 자랑하시는데
참 부럽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어른이시다.
몇년만에 만나는 것이라 점심만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서
가까이 있는 은진 미륵, 관촉사를 함께 거닐었다.
설명도 하시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시며 잘도 다니신다.
예전에 이곳을 왔을때 보다는 많이 다듬어져 있고
일부 절집이 고쳐져 있어 조금은 낯 설기도 하였는데
오늘은 신부님도 동행하였고
또 문화유적에 유별난 관심을 갖고 계셔서
아주 상세하게 살피고 안가던 곳도 살펴보게 되었다.
특히 매번 은진 미륵을 쳐다보면서 다녀갔는데
오늘은 삼성각 쪽으로 가서
벼랑끝 바위위에 신부님 도움으로 올라가
미륵을 옆에서, 내려다 보면서 다른 각도로 보기도 하였다.
높은 위치에서 보는 관촉사는
다른 얼굴을 한것같이 새롭게 보이고
은진 미륵의 옆모습과 가까이 보는 얼굴은
또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참 좋은 인연의 읍장 아저씨(?) 90 할아버지와
또다른 얼굴을 하고있는 은진미륵을 보고 거닐면서
또 함께 동행한 평생 가족같이 지내는 김신부님과 정담을 나누면서
아주 뜻있는 하루를 보내고 왔다.
인연이라는 것은 이리도 질기고 곱게 엮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니, 나는 타고난 인복을 가진 사람이라
한번 맺은 인연이 이리도 평생을 가는 묘한 팔자를 타고 나서
아주 기쁘고 아주 복된 일생을 살아가고 있다.
인복과 인연이 나만큼 넓고 깊은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 하고
다시 한번 고마움과 기쁨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내가 논산간다니까 서울에 있는
나의 세례대부 민 미카엘 씨도 내려왔다.
신학생이었던 그가 나의 세례를 도왔고 대부를 서 주었다.
독일 사는 따님이 보내주었다면서
최고급 시계를 자랑하시는데 나는,
괜히 시계를 보면서
이제는 살날을 째각째각 세면서 사시는구나 생각했다.
얼마나 부지런 하신지 분재 나무가꾸기가 취미이고
몇백분이 있어 심심할수가 없고
몇년전까지 수석모으기가 취미여서
집안엔 돌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다.
전에 복숭아 과수원을 하셨는데
지금은 묵혀둔 밭으로 있거나
원룸, 공장등이 들어서 옛모습을 찾을수 없게 되었다.
머리 부분과 상륜 사이의 돌은
너무나 달라보여 처음 조성될때 그랬는지
손을 보면서 달라졌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앗 ! 미륵이
눈을 부릅뜨고 날 몰래 보고 계신다.
석등 화창에 보이는 미륵의 눈에 비친
나의 마음과 살아온 일생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