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
김 기, 바오로 신부님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우선 천주교 안동교구에
방인 신부님이 몇분 안계시고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과
독일 베네딕또 신부님 몇분이 있을뿐인
교구 초기인 70 년대 초중반,
안동교구는 사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교구 신부님의 도움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다.
대전교구 출신 젊은 신부님,
김 신부님이 안동교구를 지원해 주셨고
특히 안동문화회관내에 안동성당을 분리해서 분가한
안동 동부동 본당신부님으로 부임하셨다.
초대 본당신부였던 김 재문, 이냐시오 신부님이
1 년반의 짧은 소임을 마치고 떠나신 곳에
다소 본당분위기도 잡히지 않았고
초대 신부님의 갑짝스런 이동으로 어수선 하던 시기에
말씨도 다소 다르고 아주 새파랗게 젊은 신부님이 부임하셨기에
우리는 조금은 긴장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아주 사근사근한 친근감으로
그리고 한겨울에도 맨살로 오토바이를 타고
와룡공소를 와르륵 다르륵 달려오시던
코가 빠알갛게 되고 입술이 새파랗게 얼었음에도
괜찮다고만 하시던 그 박력의 사나이 (?)가
세월을 보내면서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어디가 아프셔서 요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 왔었는데
마침내 은퇴생활을 논산근처 연산에서 하신다는 소식이었다.
그냥 걱정으로 지내버리고 말았는데
마침 김 재문, 이냐시오 신부님이 10 여년만에
방문하실 계획이 계시다기에 자청해서 동행할것을 청하였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 아주 밝은 표정으로
우리일행을 맞아주셨고 그냥 보낼수 없다시면서
막무가내로 저녁까지 차려주시고
직접 담근 가양주로 건배를 거듭 독촉 하시니
정말 안심스럽고 다행스럽기짝이 없다.
하마 (벌써) 40 여년이 되어버린 옛 추억이지만
젊은 우리 신자간부들이 하도 술을 많이 먹으니까
성당에 왔다 가면서는 절대로 술을 먹으면 안된다는
금주령을 내렸는데 우리가 그냥 있을 사람들인가.
신부님을 대포집으로 모시고 가서
막걸리 주전자와 안주 접시를 번갈라 주문하는 요령으로
양껏 마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신부님, 안주가 이렇게 남았는데 한주전자만 더시키지요?
신부님 술이 그냥 남았는데 안주가 없네요. 한 접시만...
이렇게 번갈라 시키는 우리를 보고
허허허 하시면서 속은줄 아시지만 그냥 넘어가 주셨다.
다, 젊은 시절 한토막 추억이다.
3, 4 년 계시다가 영덕본당으로 이동되셨는데
하나가 회라는 청년회 부회장의 한 친구는
영덕까지 전송가면서 콧물을 훌쩍이며 내내 울어서
얼마나 정이 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은 추억도 있다.
그러던 젊디 젊은 신부님은 어디가고
대머리가 시원하고 백설이 분분한
은퇴신부님 한분으로 우리를 맞았다.
사노라면,
세월을 사노라면
이리도 늙어갈수 있는것을 -
그래도 신부님은
아주 오래,
아주 건강하게,
우리곁을 지켜주셨으면 좋으리라 ...
기도할뿐 -
주님께서 마련해 주시길 -
이 흔들 의자에 앉아
창 넓은 창 가에서
무슨 묵상을 하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