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내가 사는 진모래 득심골엔
강변, 계곡에 한 여름밤의 꿈을 연주하듯
신새벽에 피는 자부룩한 새벽안개가 고즈넉하고,
한낮이 되어
게으른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게으름을 깨우는 용오름이 피어오르듯
눈깜짝할 사이에도 몇번의 안개 춤을 추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 맛에 득심골에 사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집 바깥정원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장삿속에 이것저것
어지러운 풍경이 하나둘 자리를 잡더니,
오늘에는 드디어 KBS 인기예능 프로인
1 박 2 일이 월영교를 찾아들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넘실거리고
마치 맞춤 넉살을 떨듯
어줍잖은 영락교 다리 조명도 켜졌다.
원이 엄마의 애절한 사랑과
예안 월영대의 달 비치는 풍경을 보라고
월영교 나뭇다리를 놓았더니,
보라는 달은 보지않고,
도심 현란한 조명등이
지저분한 지분을 바르고 나타난
목로집 작부같이
천하고 뵈기싫은 세상사를 보는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달빛 고운 안동호
호숫가 에 나와 달빛을 따라 걷고 있다.
선성현객사라고 이름하는 나그네 쉼터에 앉아
타는 목을 축이는 한모금 찬물이
여기까지 오는동안의 불편한 심사를 식혀준다.
도토마리 초갓집이 은은하고
멈춰선 물레방아 방앗간을 지나 강변을 서성이니
어디선가 뻐꾸기가 서럽게 울고있다.
다음날 신새벽 아침에
다시 만취 술을 깨우려 해장하는 사람같이
월영교를 다시 찾았더니
어젯밤 어지러운 모든걸 덮으려는듯
짙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마치 신선이 구름에 오른듯
말끔히 마음을 청정하게 씻겨준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집 바깥정원의 모습이지...
오늘밤 월영교에 달이 뜨면
여섯개로 떠오른다는 월영정에 올라
달따라 흐르는 진모래 달마중을 해야겠다.
내 고향 7 월이 가고
다시 8 월 보름달이 떠오를 테니...
내 마음을 다독이듯
마침내 육사 이 원록 시인의
광야 시비앞에 다달았다.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는 찾을길없고
여름꽃의 절정인 배롱나무, 백일홍이
참 예쁘게도 피어있다.
배롱나무 꽃이 이리도
꽃색을 달리하며 날 마중할줄
예전엔 미쳐 몰랐었다.
오늘 이리도 고운빛으로
붉고 불붉은 소담한 꽃들을 피우느라고
어젯밤에 물안개는 그리도 물갓을 품에 안고
달빛을 마음에 담느라
여름밤 꿈도 꾸지않고
밤새 꼬박 눈을 부릅뜨고
날밤을 새웠는지 모르겠다.
우리집 바깥 뜰에는
오늘밤에도 고운 달빛이 일렁일것이고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물안개를 피워올리겠지...
그러면 나는
이리도 밤잠 자지 못하고
이 언저리 어딘가 서성일것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