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잡기

사주 팔자가 같은사람.

아까돈보 2012. 8. 9. 16:07

 

 

 

 

 

 

사주팔자가 같은사람

 

 

 

송나라 때 고종은 사석선생의 예언대로 임금이 되자.

그에 감동하여 전국에 있는 유명하다는 예언가, 대 철학가,

도사 등 을 불러모아 자신과 같은 생년 생월 생시,

즉 사주팔자가 똑같은 사람을 찾아 오라 했다.

 

그 결과 오지 촌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는 이길몽(李吉夢)이란

사람이 고종 앞에 서게 됐다. 고종은 이길몽의 위아래를 몇 번이나

훑어보고서는 묻기를, "그대는 나와 사주팔자가 같은데 그래,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고?" 하고 묻자, 이 길몽은,

"예, 상감마마. 소인 놈은 산간벽촌에서 벌 열세 통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고종은 무엇인가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대며 다시 물었다.

"그러면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느냐?"고 하자 이길몽은, "예,

상감마마. 소인이 살고 있는 곳은 산수(山水)가 수려하고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열세개의 산봉우리가 있어 맑은 공기가

충만하여 이렇게 건강하옵니다." 라며 은근히 과시했다.

 

고종은 웃음을 지으며, "과연 운명이란 묘한 거구나. 나는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열세 성(十三省)을 다스리고, 열세 명이나 되는 제후

(諸候)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대는 벌을 열세 통이나 기르고 있다니

같은 처지로구나." 하고 파안대소를 했다.

 

이길몽은 송구하다는 듯이, "상감마마, 그것은 당치 않습니다.

일국(一國)의 국왕과 벌 열세 통을 어떻게 비유할 수 있단

말씀이옵니까?" 고종은 이길몽에게 이렇게 그 연유를 설명했다.

 

"본시 천칙(天則)으로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그대가 벌 열세 통을 기르는 것은 내가 열 셋이란 성역(城域)을

통솔하는 것과 같은데, 그 이치는 벌통마다 그 안에 많은 벌을

거느린 여왕(女王)벌이 있어 결국 열 셋이나 되는 산봉우리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며 꿀을 만들어내고 있다니 그대는 오히려

나보다도 더 마음이 편안한 천자가 아니겠오?"

 

고종의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있던 이길몽은, "과연, 그러하옵니다.

크고 작은 범위는 있지만 다 같이 십삼성(十三省) 십삼제후

(十三諸候)를 거느린 상감마마나 벌 열세통과 여왕벌 열 셋을

거느린 것은 똑같습니다." 라고 인정했다.

 

고종은 이길몽을 돌려보내고 신하들을 불러, "인간에게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운명(運命)이란 것이 존재하느니, 그런데도 세상에는 간혹 미신(迷信)

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역리(易理)의 근본 뜻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소치이오." 라며 운명에 관한 열변을 토했다 한다.

 

명나라 때 태조(太祖)도 자신의 생년. 월. 일. 시 등이 똑같은

사람을 찾아오라고 어명을 내린 일이 있었다.

어명이 내린 지,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신하의 안내로 명 태조 앞에

보기에도 흉칙한 거지 한 사람이 악취를 풍기며 무릎을 꿇고 앉았다.

거지는 얼마나 세수를 하지 않았는지, 때 국물이 줄줄 흐르는 시커먼

얼굴에 입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풍겼다.

 

태조는 그 거지에게, "거지 생활을 몇 년이나 했느냐?"고 묻자,

"이제 겨우 한 이십 년이 되옵니다." 거지로써의 대단한 경력을

과시하듯 대답했다. 그래서 태조는 거지에게 다시, "나는 임금의

몸이 돼 그 이름이 사방 곳곳에 났는데 너는 어찌하여 거지가 되었는고?

너와 나는 똑같은 생년월일시에 태어났으므로 소위 사주팔자가 같은데

왜 이렇게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느냐?"

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거지는, "예, 상감마마. 어차피 인간의

삶은 꿈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소인은 밤마다 꿈속에서나마 천자(天子)가 돼 많은 신하들과 그리고

천하의 미인들을 후궁으로 두고 호의호식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사람들은 나를 보고, "거지, 거지, 미친놈"이라고 비웃지만

나만의 천국, 나만의 세계에서 그 어느 누구도 맛볼 수 없는 글자

그대로의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상감마마께서 고귀한 천자가 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나

꿈속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소인이나 뭐가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하며

스스로의 판단을 자랑스럽게 펼쳐놓았다.

 

태조는 거지의 말을 듣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세상에는 운명이

있다 없다 하여 다툼이 있더니 운명 있음은 역시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의 이치로구나. 양기(陽氣)가 강한 때는 낮으로 인간들이

주로 활동하는 양계(陽界)에는 내가 천자가 되지만 귀신들이 주로

활동하는 음계(陰界)에는 그대가 천자가 되느니 이는 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렸다."

 

태조는 자신의 처지와 걸인의 처지가 같은 생년, 생월, 생일,

생시에서 비롯된 까닭임을 실감하고는 그 거지에게 집과 노비를 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