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추억속의 정동진을 찾았더니
어디 이민을 갔거나 이사를 간 모양입니다.
바로 그바닷가
호젓한 자그마한 역에서 내리면
파도가 철석이고 모래뻘이 바로 연결되던
추억의 그 정동진은 아니었으니까 말입니다.
언제 였던가 ?
이곳에 내려 모래를 밟을때 발아래 사그락 거리던 소릴듣던때가 ?
파도야 ! 어쩌란 말이냐 하고 소라껍질주으며 시를 읊던때가 ?
밀려오는 파도에 씻겨내려갈까 조바심하며 그대 이름을 적던때가 ?
이젠 다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어디 도회지 변두리 뒷골목에나 있음직한 이름모를 간판이 줄비하고
뭐 인기 드라마 를 팔고 있는 테마공원의 값싼 장식이
서 정주 시인이 읊었던 동백을 차용한
선술집 작부의 탁배기 흘러내린 입술연지 자국같은
관광객을 호리는 상술만 먼지르르 처발린듯한 . . .
이곳이 뭬 그리 볼게 있는지
머언 중국땅 나그네들이 쏼라쏼라 하면서 북적인다.
레일바이크때문에 바닷가에 내려서는건 아예 불가능하고
바깥마당에 다시 들어서야하는 모래시계 테마공원엔
낯설고 생경한 조형물만 우리를 맞는데
나는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안그래도 그리 쉽지 않는 옛추억의 아린 기억이
당최 지워지지않는 불편함이 마치 쳇증으로 가슴에 얹혀 무거운데
마음에 들지않는 이런 요란스러움이 더 아픔을 보탠다.
너머에 보이는 산위를 나르는 유람선 이나
다시 도심에 세워지고 있는 같은 모양의 철구조물 건물들이
아예 나의 낭만을 사그리 지우려는듯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젊은 연인들은
이곳에서 무슨 추억이나 남기려는듯 삼삼오오 손잡고 거닐며
군것질하기 바쁘고 셀카찍는 모습이 소란스러운데
그래도 모래톱에 지워질 이름을 열심히 적는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마음은 한가지인 모양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모래시계가 무엇인지나 아는건가
구레나루 수염이 보기좋은 시베리아 사나이가 부르는
우수짙은 백학 노래의 읊조리는 가사의 애절함이나
고 현정 소나무가 무엇인줄이나 알까 싶다.
우리 영남 예술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래도 여기가 정동진이야 하면서 인증샷 찍기 분주하다.
역(전) 앞, 식당에서 먹는 방풍나물에
멍게 비빔밥이 딱 요즘 세태를 비벼놓은듯 한데,
그래도 언젠가 미국사는 친구가 이곳에 들렸을때
그리도 멍게 회 한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내더라니
오늘은 그 친구가 매우 그립게 되었다.
박 병래 총무가 걸어서 자욱낸
모래길 발자욱이 여운을 남기는데
옛 추억도 그리 자국으로 가슴안켠에 남아 있으리라.
마치 잃어버린 옛시절
번데기 구수한 뒷맛처럼. . .
'멋있는 내동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부 마뜰회 월례회 - 청호 정용장. (0) | 2016.11.14 |
---|---|
서울 창덕궁 후원 탐방 - 안동상록봉사단 - 오토산 (3). (0) | 2016.11.13 |
영남예술아카데미 졸업여행 - 무릉계곡 - 처음처럼 (1). (0) | 2016.11.13 |
대구종교인평화회의 - 생명평화 음악회 - 푸른꿈. (0) | 2016.11.13 |
서울 창덕궁 후원을 거닐며 - 오토산 (2). (0) | 2016.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