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올리는 글을
땅끝마을로 잡았다.
땅의 끝에서 바라다본 세상이
좀더 절실할것이고
진솔할수 있을것만 같아서이다.
공교롭게도 땅끝 꼭지점 산꼭데기엔
뜻밖의 빨간 우체통이
우리가 부칠 사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목을 축이려들린 목노주점엔
솜씨좋은 주인이 만든 조개껍데기 액자가
바닷가 숫한 사연을 담고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3 천리 머나먼 남도 여행이 그렇고
마침내 수백계단을 오르고내려 가본 꼭지점에는
어리다해도 좋을 젊은이 하나가
빈 벤치에 한가롭게 누워
지는해를 땅끝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참 생경한 풍경이지만
그 젊은이의 그 여유에서
나는 이 여행의 마침표를 보았다.
그리고 또한 삶의 시작점이 보이는듯했다.
강릉가는 영동선 기차가
바다를 내다앉으면서 만나는 정동진 역은,
지금 서울, 어느 변두리 뒷골목을 닮아가고,
여기 정남진,
해남 땅끝마을도 예 같지않아서 안타깝다.
이러다보면 세상천지가 다 펜션과 레스또랑,
그리고 나그네 배고품을 채워주는 식당만,
명당을 차지하고
경관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목포 어디쯤에서도 본듯한
정남진, 땅끝은
어디서 땅이 시작해서
끝나는 지점이란 말인지?
역시 서울에서 내려와 만나는 땅끝이겠지?
그런데 나는 오히려 여기가
우리나라 어디든 올라가는
시작점일수 있겠다 싶었다.
땅끝이라면 우리같은 나이든 사람은
제 심정과 닿아 있다.
그런데 그 꼭지점에
한가로이 벤치에 누운 그 젊은이에겐
오히려 땅이 시작하는 시작점이 아닐런지..
더구나 우리가 여행의 목적지로 삼은
보길도 세연정에서 돌아오는
여객선 에서 바라다본 바닷물을 가르고 닿는
바로 땅의 첫발이 분명했으니까...
함께 여행한 친구 권영건 기자는
땅끝이라면서 기념탑에 기념사진을 찍고
벤치에 누웠던 젊은이는
이제 시작이야 하면서 꼭지점 꼭지에서
두팔을 번쩍들어 환호를 내 지른다.
그렇다.
시작과 끝은
바라다보는 생각에서 갈리게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죽음 또한
그 무엇의 시작점이 아닐런지?
마치 땅끝이 첫발일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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