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지 순례 여행에서
신앙의 핵심인 성지를 논외로 한다면
물과 광야 사막만 보고 왔다고,
깨끗하게 정리해서 이야기 할수 있을것 같다.
물의 소중함이야 누가 모를까?
그러나 이곳에 오지않고
물을 이야기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본다.
이번 여행 곳곳,
가는 성지 모두가
물로 비롯되고,
물로 맺힌 곳이었다.
오아시스를 실감하기엔
광야 사막을 끝도 한도 없이 달려봐야 하고
모랫사막길을 타박타박 오랫동안 걷고 나서야
오아시스 의미를 새길수 있다.
사막의 지평선 끝난자리에
무언가 거뭇거뭇 보이는게 있으면
그곳이 오아시스이고
바로 거기에 물이 있어서 ,
사실 물이라기 보다 말라버린 보잘것없는
우물 하나가 달랑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도 말이다
말라비틀어진 그 대지에
버티어내고 살아남은
경의로운 생명이 존재하였다.
거기에 우뚝한 소나무라니...
때로 바닷가 광야사막이 있긴해도
또 때론 물이 흐른 흔적 가장자리에
물기가 느껴지지만
소금기로 아무런 생물은 자리할수 없고
그저 거뭇거리는 물자국이 있을 뿐이다.
또 하나 - 그건
경의로울 정도로 내 마음을 잡아 묵은건
광야가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 제일 기억에 각인된
나중에 들린 유대 광야가 그렇고
가고 가도 끝모를 광야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육사 이원록 시인의 < 광야 > 시에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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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울게 하리라 했었지!
내 이제 그 광야를 제대로 느끼고 맛들이고 가게된다.
우리가 방문한 이집트도 그렇고
이스라엘 전역이 거의 90 % 가까이
불모지로 황량한 광야라고 하니까
이번에 정말 제대로 광야를 마음에 담아 가는게 된다.
아, 나, 쓰죽 친구들이여 !
이곳 광야에 와서
이 황량한 사막을 한없이 달리고
우리의 교만한 마음을 목놓아 울고,
말라붙은 우물, 매마른 가장자리에 서서
생수 한모금 마시고 가시게나.
그러면 철들고 정신 뻔쩍들어
아 ! 나, 행복했었어 ! 할테니까....
바로 그 곁엔
사막에 살아남은
눈빛 고운 배두인 아이가
크게 박수를 쳐 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