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여러 전각과 여러겹의 담장으로 둘러처져
외부에서 침입은 물론이고
궁궐에 사는 사람조차도
사방을 찾기조차 못하는
그런 곳을 다녀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이후
그리고 조선 고궁을 정비하면서
이곳 비원이라고도 불리던
창덕궁 후원을 일반인 관람은 금하고 있다.
다만 신청을 받아 몇차례 문화해설사 인솔하에
관리인이 동행하는 조건으로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인터넷 으로 관람신청을 하고
경로 할인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관람료를 똑같이 지불하고
똑뿌러지는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구중궁궐 의 속살을 볼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이번 나들이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곳이고
한국 전통정원의 진수를 맛보기 위한 목표가 있었기에
조금 힘들고 지치기도 하였지만
정말 신나고 기분좋은 나들이를 하고 왔다.
배산임수, 산을 뒤로 두고 물을 앞에두고,
전조후침, 앞은 집무공간 뒤는 생활공간,
동궁동조, 세자와 대비의 거처는 동쪽에두는
구중궁궐, 전각과 담장이 여러겹이어서 쉬 볼수없는,
우리나라 에서 제일 아름답고 가장 넓은 정원 ,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골짜기마다 정원을 배치해서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돋보이게 한 절묘한 솜씨의
한국 정원 백미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창덕궁 후원, 이 정원이 아니겠는가?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존덕지 같은 연못을 만들고
소요정,청의정,태극정같은
아담한 규모의 정자를 세웠으며
물 흐름도 그대로 두었다가 때론 굽이치고
또 때론 떨어져 내리게 하여 그림을 만드는,
그러면서도 빼어난 절경과
골짜기 마다 숨어있는 비경을
모두 단번에 다 보여주지않고
감추고 여미는 솜씨는,
세상 그 어디에도 비교될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조경술을 볼수가 있다.
삼정승 나무라고 하는 회화나무가
돈화문 입구를 떡 가로막고 조선을 지켜 보았을 것이고,
선원전 서쪽에 있는 향나무는 수령 750 년을 넘겨
전설로 내려오는 원숭이로 모습을 변하게 하고,
1000 년을 채우면 승천을 하게되는 용틀임을 하고 있다.
애련지 옆 뽕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는데
양잠을 권하는 왕비들의 손길로 키워졌을것이고,
600 년이 넘었다는 다래나무가 사방은 물론이고
여섯갈래로 굵게 뻗어 이리저리 엉키고 설켜있는데
우리나라 다래나무중 가장 오래 되었다는데
수 나무여서 열매는 달리지 않는다 한다.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나는 조금전 보았던 연경당이 마음에 쏙 든다.
안채와 사랑채를 따로 두어 사삿집같아 정이들고
단청도 얹지않고 단아하게 소박하며
앞섶에 두고 있는 연못에 거울에 얼굴 비춰보듯
반영으로 제 모습을 항상 살펴 가다듬으니
내 마음을 쏘옥 빼앗아갈밖에...
더더구나 서쪽 햇살은 사람들에게 허한 기를 준다면서
채양을 달아 마음을 가다듬었던 동쪽곁 서재와 공부방이
아하! 이래서 사람이 숨쉬는 공간 , 정기를 돋우는 공간
그것이 전통 가옥의 숨은 뜻이지 싶어,
누가 나보고 세상에 이런 집을 짓고
세상사람들과 더불어 살아보라고
집짓는 돈을 내어놓을 사람 없을라나?
퇴계는 소유하는것이 제것이 아니고
누리는 것이 제것이라 했으니
이제부터 이런 집들을 눈에담아 누려 보리라...
그것이 궁궐이던 종가이던 절당이던 정자이던
그 어느것이든지 간에
내가 누려 내것이라는데 누가 날 말리겠나?
아이고 이게 노망인 모양이지!
그냥 좋아서 흰 소리 한번 해본것이지...
아하! 제멋에 겨워 빠트린 얘기가 있구나!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초사에 오르내리는 정조 임금이
이곳 어수문을 지나
주합루와 규장각이라 이름을 단 건물을 만들고.
아랫층은 왕실직속 개혁을위한 장서 보관처 규장각을 만들고
위층은 열람과 누마루를 만들어 토론을 하였던
학자와 더불어 학문공간을 만들고 계몽군주가 되기위해
애쓰고 온갖 정성을 기울였던 가장 사랑하였을 건물이 있었지!
돌 문에 불로문이라 이름 적어두고
그곳을 드나드면
도무지 늙지않는다고
염불을 하였을곳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