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쓰죽 동지들 근황을
전해 올리지만,
오늘은
오랜 장마가 숨 고르기를 하듯
맑게 개여지는 오후에
임 대사가 애쓰고 있는
에리자 농원을 찾았다.
뉴질랜드 총영사를 마지막으로
오랜 외교관을 그만두고
고향 안동의 금소마을에 돌아와
이색적인 외교관 농부가 된지
어언 10 여년이 되어온다.
우리 아, 나, 쓰죽의
가장 대표 동지이기도 하고
분위기를 잡아주고
외교를 능수능란하게 하여
쓰죽회를 빛내고 있다.
날이 맑게 개인날
점심을 하기에 마촘한곳이 있다길래
남선 갈라산 가는길 입새에 있는
양지마 , 양지마실 토종 닭집에 모였고
점심을 달게 먹었다.
새로 지은집인데
어찌나 깨끗하고 참~ 하게 지었는지
딱 우리 체질이다.
넓은 방엔 노래방 시설도 잘 되어있고
방마다 집 주인의 따님 디자인 작품을 걸어두어
더 격조를 높이고 있다.
안주인이 우리에게
친절하게 조곤조곤 얘기를 걸어주어
바깥양반이 누구인지
그가 취미로 한다는 분재하우스까지
보고 갈것을 권하였다.
과연 분재 솜씨도 보통이 넘고
깍아만든 목공도 솜씨가 놀랍다.
와우, 바깥양반 솜씨가 아주 뛰어나네요 하고
칭찬을 구경값으로 얹어주니
냉큼 재주도 뛰어나고
성격도 한 성질 하니더 하고
넉살좋게 말붙히며
단체행사를 와서 하란다.
점심이 생각보다 좋아진 우리는
내킨짐에 엘리자 농원으로 향하였다.
애기 주먹만 하려니 하고 갔더니
우리 주먹만큼 꽤 크게 자란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젠 제법 농사꾼이 다되어
폼도 잘 잡았고 설명도 전문가 수준이다.
사과 한두개를 뚝따서 깍아주는걸
받아 먹어보니 맛이 제법 들어 있었다.
어쩌면 올 추석때 차례상에 올릴
최상품 사과로 인기를 끌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스티커를 붙혀 놓았길래
사연을 물었더니
경북고등학교 42 회 졸업생들의
50주년 기념 사과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바쁜중에 또 이런 준비까지 신경쓰고 있으니
역시 전직 외교관은 무언가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그리고 동기생과 동창을 생각하는 마음을
내 동기 친구들은 정말 찾아와 배워야 할것같다.
맛깔나는 점심에
쓰죽 친구의 잘 익어가는 사과밭에서
가을에 빠알갛게 익어 보기좋은 사과에
경고 42회라고 적힌 사과도 미리 짐작해보고
사람좋은 임 대사의 정말 스님대사같은
윗트있는 대거리에 농을 섞으니
오전 전화에
부산친구들이
쓰죽하려고
안동에 귀향하고 싶다는 말이
빈말만은 아닌것 아닐까?
이렇게 여름도 늦장부리는 오후
우린 한가하게 웃고 노닌다.
<사이, 경고 >라니 사람사이를 경고한다는 건지
무슨, 혹 다리 사이를 경고한다는 건지? ㅋ ㅋ ㅋ, 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