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숨가뿐 해소기침을 듣듯
만추로 무르익은 가을의 마지막 문턱에
오랜 친구들이 나들이를 나섰다.
고인이 된 허 부조 교육장의 주선으로
봉암사 봉쇄사찰을 예불하고
문경새재에서 천 세창표 식혜를 기다리던 그때가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아련한 옛얘기가 되어있는 오늘,
십수년만에 문경 용추계곡, 선유동계곡
문경새재 1,2 관문 그리고 희양산 앞자락을 유람하였다
또 드라마 촬영장을 모노레일로 오르기 까지...
오래전에 우린 사범학교를 같이 다녔고
20대 초년병의 교사가 되어
병아리 교사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런나날이 흐른뒤
대부분은 교직에 남았지만
우리 몇사람은 처음먹은 마음을 접고
교직을 떠나 뿔뿔이 외로운 다른길을 걷게 되었다.
우리 동기친구들이 모일라치면
모두가 승진점수가 궁금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로 날밤을 새울때
우린 그저 왕따당한 외로운 객이 된 심정으로
그런 얘기들을 귀넘어 동냥으로 계속 들어야 했다.
참을성이 없던 내가 드디어 모반을 꿈꾸고
처음먹은 마음을 접은 교직에 낙오된 사람들을
선동하고 수소문해서 작당을 하고
몇몇이 모였는데 그때 모인 사람이
서울의 김 영길, 강 위훈, 김 정홍 같은 기술직 기술사들과
안동의 천 세창, 이 진구 같이 자유로운 신분,
그리고 대구의 이 헌영, 김 종만, 이 원식,이 평직,김 교현등이었는데,
유독 대구는 교직에 있는 친구들이었다.
권 명호와 같은 동아백화점 이사가 전에 우리와 계를 한적이 있지만
불행을 겪은뒤라서, 그래 되었는지 아님 유독 낙오자가 없었떤 때문인지
당초 교직 낙오그룹으로 모임을 하려다가
두 종류의 직분이 되어버렸다.
해서, 나중에 두물머리라고 생각하고
모임 이름도 두물머리 ( 二水會 )로 하여
오늘 까지 수십년간 모임을 갖으며
때론 외국나들이도 하고 국내 이곳저곳에서
서로 만나 정담을 나누는 모임을 해온터다.
이상하게도 친구중 착한 순서로 줄을 세우는지
이 헌영, 김 정홍 친구가 나중을 기약하고
먼저 다른 나라에 가 터를 잡고 있게 되었고,
우린 그 부인들도 산자와 죽은자를 구별하지 않고
오늘도 모임에 참석하게하여
예같이 농을 진하게 나누면서 동반하여 살아간다.
이번에는 새로 회장이 된 김 종만 회장의 주선으로
낙엽이 하늘하늘 공중잽이를 하는 고엽지절에
만추를 만끽하고
오늘 겨울을 맞는다는 입동맞이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재주가 이런 동정을 영상일기로 엮어 올리는 것인데
하는일이 자꾸 귀찮아져 여러번 나누어 제대로 올릴것을
조각보 모양 모두 모아붙혀서 한꺼번에 올려 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가 찾은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은
너럭바우에 흘러내리는
마치 한많은 혼을 달래는 살풀이 춤을 추듯 흘러내리는
자그만 폭포와 계곡 갈라진 물줄기가 묘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아니나 다를까 겁없이 계곡, 용추에 다가들던
김 영길 화백과 김 종만 교장이 그만 쭈르륵----
간발의 차이로 용추에 처박히거나 물에 덤벙 빠질것을
용케도 한뼘쯤 남기고 멈추어 넘어졌다.
친구부인들이 아마 옥녀봉 물과 관련있는
무슨 죄 (?)를 지었길래 손목을 잡아 끌었으리라고 농하며
우리를 한바탕 기분좋게 웃게 만들었다.
웃으니까 좋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나는
아찔하고 가슴이 옥죄는 소름을 맛봐야 했다.
다 늙어 놀러와 까불다가 넘어져 어디 뿌러지기라고 한다면
이게 무슨 변고일고...
어쨋든 그것도 이벤트가 되어 웃고 재미있었다고 좋아들 한다.
서울 대구로 바쁜 친구 몇이 먼저 떠나고
우린 마지막 점심을 용궁에 있는
1 박 2 일 연예프로에 알려져 표를 얻어 들어간다는
순대 전문집 단골식당에서 순대, 오징어구이,순대국밥으로
거하게 포식을 하고 막걸리까지 한잔 건배하면서
쫑 파티를 하였다.
내년 봄 바닷가에 모여
조개를 굽고, 바닷고기를 절단내기로 다짐하고
남의 부인들을 안기도 하면서
헤어짐을 섭섭해 하였다.
이번 모임을 비록 배우자가 다 온것은 아니지만
이 헌영, 김 정홍 친구 부인들이 모두 모여
속깊은 이야기도 다 털어 놓으면서
밤새는줄 몰라서 참 좋았다는 뒷담화가 있었다.
우리가 김 영길 화백의 안내로 묶었던
문경 8 경, 경북 8 경, 진남숲 옆
< 13 월의 아침 >이라는 펜션에는
주인도 화가여서 전시실도 갖추어져 있고
주인이 직접 싹싹하게 대해주어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가족들끼리 나드리를 한다면
이곳 펜션에서 밤새 얘기꽃 피우고
뜨뜻한 온돌방에 등과 궁둥이를 지지고 자고나면
아침 안개비가 자욱한
진남숲 산책길에 손잡고 걸을만 할거다.
우리 카페 친구들도
한번쯤 들려볼만 할텐데...
길잡이가 필요하면
나 같은 명품도 없을거구먼...
좀 버거운 부담이 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