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회 류 길하 교장이
큰일을 벌린다면서
다녀가라는 전갈을 받았다.
점심을 먹고 무슨일인가 하고
가 보았더니 나, 참, 원...
도대체 나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나이에 집 안 마당과 인근 밭을
모두 다 파 제켜놓고 너털웃음이다.
사모님도 골이 다 덜걱거린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는데
얼마전에 아끼는 묘목 을 많이 팔아서
마치 키우던 가축을 내다 판듯 허전하기 짝이 없다면서
그 자리를 메우기도 하고 어지러운 앞마당을
차제에 좀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좀, 이 아니고
아예 작정하고 새로 조경을 할 모양인데
하기사 그렇게 해 놓으면
좋은 경관을 갖게 되겠지만
구경 간 나도 엄두가 나지않을 정도로
공사 규모가 이만저만 큰게 아니다.
내년 봄에는 아주 잘 정돈된 장원 풍경을 보게될 모양이고
몇백만을 들이고도, 붕어새끼를 천여마리 풀어놓았다는
널다란 연못에서 곧은 낚시를 하며
자연을 노래할 날이 멀지 않은것 같다.
나는 그를 잘 안다.
우선 만나는 인사들이 모두 오십대 초반이다.
그래서 저도 오십대를 살아간다.
그리고 손등과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혀
일을 놓으면 손앓이를 하게 생겼다.
그래서 일을 줄줄이 달고 산다.
시내에 와서 친구도 만나고 살라고 권했더니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너스레다.
그래서 천상 일에 파묻혀 살 모양이다.
사노라면,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을 것이다.
내년 가을
밤이 익어 터지기 시작하면
우리 친구들 부인들 불러다가
밤줍기 이벤트를 하겠다면서 이를 거론하고 앉아
보기좋게 너털웃음을 웃고 앉았다.
나 원 참,
나로서는 모두가 연구대상이다.
류 길하라는 인물도,
평생동반하며 허리를 펴지 못하는 사모님도,
그리고 산과 골 하나를 장원으로 꾸미고 사는 그의 삶도,
그리고 흰개와 갈색 누렁이가
으르릉거리는 개가 부부인지, 남매인지,
거위가 집을 지키고, 칠면조가 수위를 서는
하회, 광덕 앞개의 오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