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 수일 교장은 의성, 다인에 살고 있다.
어릴때부터 안동에서 자라고 안동사범학교와 병설 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이웃해 살아서 늘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 하였다.
동기 친구들 가운데도 유별나게 유하고 부드러운 성품이어서 그리고 너무나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래서 한반에서 3 년을 같이 다닌 친구들도 잘 알아보지 못할정도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다.
얼마전 부인이 돌아가셔서 외톨백이 혼자로 남겨져 의성에 숨겨진듯 조용히 살고 있길래 안동친구 몇몇이 자주 만나 위로도 해주고 외로움도 조금 덜어주려고 노력중이다.
이럴때 친구가 친구가 아니겠는가 ?
오늘도 그런 저런 이유를 핑게하여 친구 몇이서 모여 앉았다.
영주서 지 길순 교육장이 와 주었고 하회터줏대감 류 길하 교장과 안동 천 세창사장과 내가 함께 하고 있다.
상배를 하고 또 문병을 핑게하여 몇번 점심을 함께 하였었는데 오늘은 그게 고맙다고 위로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김 수일 교장이 풍산에 있는 이름난 한식집 < 풍전 >에서 제가 한턱을 내었다. 바렌타인 30 년 이름난 명품 술도 겁없이 따면서...
위로를 하자고 작당한 우리가 머쓱하게 되었다.
해서, 다음은 내가 하지 하는 말로 면목을 세우면서...
김 수일교장을 잘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몇가지 에피소드를 덧붙혀 올린다.
칠 남매 맏이로 동생들을 알뜰히 챙겨 남동생 둘은, 하나는 교장으로 , 하나는 공인회계사로 키우고 다섯 딸 동생들을 혼자서 다 여위었다.
여담삼아 하는 얘기이지만 언젠가 그가 군대에 가고 없을 때 돌아가진 부인이 우리집으로 하소연도 하고 실컨 울고싶어서 찾아든적이 있었다.
겨우 걸음을 걷는 제 아이는 걷게하고 배 다른 어리디어린 시누이를 업고 바람매운 법흥다리를 건너 마뜰에서 시내까지 걸어서...
그런 그 부인에게 내가 한 소리는 그러게 그렇게 혼인을 반대했었는데 그래도 좋다고 혼인 했잖느냐고 욱박지르는 소리를 질렀으니... 참 철없고 한심한 나를 보고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피식 웃고 말던 부인이었다. 내가 왜 그리 그 혼인을 반대했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너무 일찍 어린나이에 결혼한다길래 그랬을 뿐인데...
다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얼마전 김 교장도 누구나 다 앓는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나를 찾았을때도 내가 아파 걱정했는데 이젠 신랑부터 잃게 되었다면서 농을 하면서 웃던 부인이 다 고쳤다던 여러해 전 고장난 몸이 갑자기 온몸에 번져 손쓸새도 없이 하늘로 가시고 말았다.
이제 아이들 다 잘 건사하고 그렇게 애를 먹이고 가슴으로 키운 시동생들이 이제사 그 고생들을 기억하고 챙기며 같이 늙어가는 이제인데...
우리 친구들을 착한순서대로 줄을 세우면 죽은 이 헌영 친구와 더불어 김 수일 교장도 아마 첫줄 맨 앞에 서 있을 사람을 두고 말이다.
나는 요새 연이은 친구들의 슬픈 소식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대구 권 보윤 친구도 얼마전 상배를 하고 부인을 먼저 별리하였는데 김 수일 교장과는 또 다른 친하게 지내던 부인들이다.
그래 우리는 이런 나이를 살고 있다. 다만 먼저 갔을 뿐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리 살아갈 것이다.
하늘도 이쁘고 착한 그리고 거기서도 쓸모있는 사람부터 불러가지 않겠는가 ?
다만 우리가 조금 늦게 불려갈 벌을 서고 있는 것이지.
오늘 다시 한번 친구 시인 김 원길의 < 친구 무덤가에서 > 란 시를 입에 올려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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