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내동기들

위로하러 갔다가 위로받고 온 사연 - 처음처럼.

아까돈보 2014. 12. 14. 22:54

 

 

 

 

 

 

 

 

 

 

친구  김 수일 교장은

의성, 다인에 살고 있다.

 

어릴때부터 안동에서 자라고

안동사범학교와 병설 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이웃해 살아서 늘 함께 어울려 다니기도 하였다.

 

동기 친구들 가운데도

유별나게 유하고 부드러운 성품이어서

그리고 너무나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래서

한반에서 3 년을 같이 다닌 친구들도

 잘 알아보지 못할정도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다.

 

얼마전 부인이 돌아가셔서

외톨백이 혼자로 남겨져

의성에 숨겨진듯 조용히 살고 있길래

안동친구 몇몇이 자주 만나 위로도 해주고

외로움도 조금 덜어주려고 노력중이다.

 

이럴때 친구가 친구가 아니겠는가 ?

 

오늘도 그런 저런 이유를 핑게하여

친구 몇이서 모여 앉았다.

 

영주서 지 길순 교육장이 와 주었고

하회터줏대감 류 길하 교장과

안동 천 세창사장과 내가 함께 하고 있다.

 

상배를 하고 또 문병을 핑게하여

몇번 점심을 함께 하였었는데

오늘은 그게 고맙다고

위로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김 수일 교장이 풍산에 있는

이름난 한식집 < 풍전 >에서 제가 한턱을 내었다.

바렌타인 30 년 이름난 명품 술도 겁없이 따면서...

 

위로를 하자고 작당한 우리가 머쓱하게 되었다.

 

해서,   다음은 내가 하지 하는 말로 면목을 세우면서...

 

김 수일교장을 잘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몇가지 에피소드를 덧붙혀 올린다.

 

칠 남매 맏이로 동생들을 알뜰히 챙겨

남동생 둘은,

 하나는 교장으로 ,

하나는 공인회계사로 키우고

다섯 딸 동생들을 혼자서 다 여위었다.

 

여담삼아 하는 얘기이지만

언젠가 그가 군대에 가고 없을 때

돌아가진 부인이 우리집으로 하소연도 하고

실컨 울고싶어서 찾아든적이 있었다.

 

겨우 걸음을 걷는 제 아이는 걷게하고

배 다른 어리디어린 시누이를 업고

바람매운 법흥다리를 건너 마뜰에서 시내까지 걸어서...

 

그런 그 부인에게 내가 한 소리는

그러게 그렇게 혼인을 반대했었는데

그래도 좋다고 혼인 했잖느냐고 욱박지르는 소리를 질렀으니...

참 철없고 한심한 나를 보고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피식 웃고 말던 부인이었다.

내가 왜 그리 그 혼인을 반대했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너무 일찍 어린나이에 결혼한다길래 그랬을 뿐인데...

 

다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얼마전 김 교장도 누구나 다 앓는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나를 찾았을때도

내가 아파 걱정했는데 이젠 신랑부터 잃게 되었다면서

농을 하면서 웃던 부인이

다 고쳤다던 여러해 전 고장난 몸이

갑자기 온몸에 번져 손쓸새도 없이 하늘로 가시고 말았다.

 

이제 아이들 다 잘 건사하고

그렇게 애를 먹이고 가슴으로 키운 시동생들이

이제사 그 고생들을 기억하고 챙기며 같이 늙어가는 이제인데...

 

우리 친구들을 착한순서대로 줄을 세우면

죽은 이 헌영 친구와 더불어

김 수일 교장도 아마 첫줄 맨 앞에 서 있을 사람을 두고 말이다.

 

나는 요새 연이은 친구들의 슬픈 소식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대구 권 보윤 친구도 얼마전 상배를 하고 부인을 먼저 별리하였는데

김 수일 교장과는 또 다른 친하게 지내던 부인들이다.

 

그래 우리는 이런 나이를 살고 있다.

다만 먼저 갔을 뿐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리 살아갈 것이다.

 

하늘도 이쁘고 착한

그리고 거기서도 쓸모있는 사람부터 불러가지 않겠는가 ?

 

다만 우리가 조금 늦게 불려갈 벌을 서고 있는 것이지.

 

오늘 다시 한번 친구 시인 김 원길의

< 친구 무덤가에서 > 란 시를

입에 올려 읊조린다.

 

 

 

 

친구 무덤가에서

                                              김 원길




살아 누운 것과 죽어 누운 게 무어 다른가

친구녀석 무덤가에 같이 나란히 누워

강아지 풀 입에 문채 가만히 눈 감아 본다

나 일어날 때, 벗이여, 그대도 깨어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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