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예천 용문사

아까돈보 2009. 4. 2. 17:32

 

 

 

 

 

 

내친김에,     산사 순례를 하려면

적어도  절 셋은 돌아야 한다는

열심한 신도친구 말만 믿고,

이젠 그만하면 되었다는 다른 동행의

짜증섞긴 대꾸에도 불구하고,

가근방에서는 단풍좋기로 제일이라는

예천 명봉사 내원암을 찾았다.

 

가끔씩 단풍 구경하느라 찾긴 했어도

단풍도 아니고, 낙엽진 만추계절도 아닌

어정쩡한 이 계절에 단풍 좋다는 설명을 하면서

그것도 그만되었다는 볼 부은 소리를 들으며

 절,   튀가 난다고 푸념하는 친구를 데리고

절름거리기 조차 하는 동행 친구를 놀려가면서,

깊은 계곡에 감추어 놓은듯 자리 잡고 있는

내원암에 오르기 시작했다.

 

모두들 틱틱거리는데 나만 혼자 고집을 부렸더니

역시 부처님의 노여움을 샀는지

암자 입구에서 부터 틀배가 나기 시작했다.

 

하도 오르면서 친구가 지적하는곳이 있어

보았니, 못보았니 옥신각신거리며 법당 마당에 올랐더니

역시 그게 (?)  떡 자리 하고 있는게 아닌가?

 

전00 대통령이 시주한 수각 물통이

절의 규모에는 어울리지 않게 절 입구에 터억 자리하고 있길래

그걸 사진 찍어서 증명이라도 해야겠다는 잡된 생각으로

카메라를 드리대며 열심히 찍다가

절 찾아온 손님 ( 처사들 )을 반갑게 맞으러 나온 스님이

이 꼴을 보고는 금새 화가 나서

절 경내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면서

사진찍는걸 말리더니 이내 점잖게 동서남북에 매여져

자지러지듯 소리질러 대는 사나운 풍산개 같은 네마리 개들에게

무슨 법문으로 싸인을 주셨는지

나보고는 더 길길이 마치 물어 비틀듯이 사납게 짖어댄다.

 

혼비백산하여 ?겨나는데

친구들은 나를 놀리듯 빈정대기를

무슨 사찰 암자에 도둑 들 일 있다고

이렇게 사나운 개들을 사방에 묶어 두었노?

사방불 보고 내려 왔더니 여긴 사방불은 자취없고

사방 개 만 왕왕거리느냐며 웃는다.

 

허 허~ 내가 역시 절간에 가서

고기 달라고 조르는 막나니가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기분을 잡쳐 돌아서는 발길에도

산사의 호젖한 풍광은 아랑곳하지않고

곱고 아름다운 그 자태, 그대로

우리 마음을 쓰다듬어 위로한다.

이럴땐 역시 속세에 내려가

한잔 술에 마음을 씻는게

우리들에겐 위로가 되겠지

 

예천 용궁에서 먹는 진짜 순대 와

풍산 시장 바닥에 먹는 돼지고기 삼겹살로

절에서 절었던 산사의 때를

깨끗하게(?) 뻬겨버렸다.

열병이 넘는 맥주와 함께 목에 떼도 벗기고 말이다...

 

 

 

 

 

 

 

 

 

 

 

 

 

 

 

사실 오늘 산사 순례의 백미는 예천 용문사 대장전이다.

이곳을 오려고,  멀리 문경 산양으로, 동로로,

대승사로 윤필암으로 돌고 돌아 왔다.

 

경천호수를 지나면서

내가 갖고 싶은 자그마한 섬도 눈에 넣었고

산사 입구에 자리 잡은 목굽은 장승은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서,   

목이 다 구부러저 우리를 깜짝 반긴다.

 

대장전  에  와서야 보게 되는건

나무로 조각된 후불 목각탱 과 목불좌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해서

보물로 지정되고 금니로 잘 보존되어 있지만

우리 무식한 눈에는 아무리 눈 닦고 봐서도

나무로 만들었다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겨져 있다는  윤장대 인데

살창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지붕과 처마선의 미려한 맛은

저절로 감탄사가 입에서 배어 나온다.

수년전만 하여도 법당에 올라 경전을 넣어두고

돌리는 손잡이를 잡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성을 다해 몇바퀴 돌리고선  기분좋게 내려왔는데

지금은 돌리기는커녕 사진조차 못찍게 하고 있다.

 

대신하여 유물전시관을 거창하게 지어놓고

그안에 윤장대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고

찾아오는 나그네들의 소원문을 써서 넣고

희희닥 거리며 돌리고 있다.

우리친구 둘도 장난 삼아 빈 윤장대를 돌리는데

둘의 느낌이 다르게 와 닿는다.

비록 윤장대는 비어 있어도

돌리는 사람, 마음에  신심이 채워져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돌리는 모습에서도

얼굴 표정에서도 크게 다르게 차이가 나 보인다.

 혹 내가 너무 앞질러 생각해서

불가에서 가장 나무라는

못된 분별심에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나는 이 윤장대를 돌리며

경전을 모두 기도 하고

마니차 돌리는 티벳의 오체투지 순례객 모양

우리 친구들 건강을 기원했다.

 

 

 

 

 

 

 

 

 

 

 

 

 

 

 

 




행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누리시는건 그대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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