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 가는길,
만추의 마지막 남은 잎새도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고
바람불어 마지막 손마저 놓치고 말
겨울을 들어서는 초입 찬바람에
시절은 으스스 한데
우리는 따뜻한 마음인채
후포로 가고 있다.
그건 눈한번 감았을 뿐인데
40 년 세월을 속절없이 보내고
7, 80 노인들이 되어
그래도 마음만은 그시절 한창때의 추억을 담은채
늙어 억울한, 마음만 젊은 젊은이들이
모처럼 후포로 이동되어 가신
신부님을 찾아 가는 것이다.
이름도 누룩회란 별난 이름값을 하느라
하도 많은 술을 마셔
모두 모두어 놓았더니
저렇게 넓고 푸른 바다가 다 되어 있더이다.
나는 이 별난 기분을 늘여서 즐기려고
일부러 돌아가는 바다 갓길을 택하였다.
바닷빛은 계절따라 달라져서
쪽빛으로 짙어지는걸 보면
영락없는 겨울바다이다.
내년 봄 연두빛으로 연한 바다를 품을려면
지독히 춥고 아픈 파도를 맞고 견뎌야 할것같다.
젊었을적 유난히 바다가 좋았었는데
이젠 그 바다를 바라봐도 그저 감흥이 일지 않는다.
이게 늙는다는 소린지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다는 어느 시인의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제 혼자 야단이다.
저는 뭍같이 가만 있지 못하고....
하, 바닷가 바위에 부딛쳐 멍이들다 못해
저렇게 푸르게 멍들었다지만
내가 보기엔 지어낸 소리고,
젊음을 놓치기 싫어 푸름을 안고
입을 앙다물고 있는것으로만 보인다.
언제 봐도 실증날것 같지않는 포구의
이리저리 매어놓은 쪽배들도
주인도, 나그네도 눈길 주지않아
외롭고 서러워 나라도 보듬어 줘야 할것같다.
그래서 디카를 들이대는데
그래도 그건 싫은지 제 모습을
물에 빠트리고 거꾸로 뒤집어서서
반영으로 겹으로 물위에 일렁이니
오히려 그 모습이 더 멋있다.
내 사진 솜씨가 할수없어 그렇지
조금만 잘 찍으면 아주 기가 막힌 장면이 잡힐것 같다.
솜씨가 할수없으면 카메라라도 렌즈 카메라로 바꾸어 찍어볼까?
굽이 돌아 만나는 포구마다 오징어 말림대는 텅텅 비어있어
오히려 황량하고 처량하고
일손 없어 갖다 줘도, 걸 사람이 없어 못 건다네.
그러다가 만난 오징어 말리는 동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디카를 들이대는데
아줌마 한분이 눈이 온통 흰자위만 남긴채
찍지 마소 ! 하고 퉁을 준다.
하도 내 하는 짓이 우습던지
바닷가 바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가족들이 고개를 모두 함께 숙이고
못 본채 내 부끄러움을 줄여준다.
간혹 곁눈질 하는 놈도 없지 않지만....
후포가는 길이
이렇게 정겹고 입맛 개운할줄은 몰랐다.
거기다 심심찮아 좋은 파도도 적당하고...
그러다가 만나는 오징어 일렁이는 사이로
쪽빛 바다까지 오징어 바지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고
내가 왔다고 오징어 집단이
일렬종대로 사열을 시작하는데
나는 웃으며 " 쉬어! "하고 편히 있으라 하지만
빳빳하게 늘어서 차렷자세로 있는 오징어는
움직일줄 모른다.
그래서 사진찍긴 더욱더 좋았지만---
오늘 본 포구는 어제 그 포구가 아니고
지금 본 바다 물빛은 조금전본 물빛이 아닐세.
그러기에 이 순간을 붙잡지 못하지
아서라 그저 바다나 그냥 놔 두거라.
너나 잘 간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