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정말 잠깐
봄을 기다리는게 졸려
잠깐 졸다가 보니
봄이 성큼 문앞에 서있다.
오늘 오후 득심골 진모래 산책길에
개울가 버들개지에 새눈이 부풀었고
앞뜰에 살며시 고개숙이고
수줍은듯 피어난 할미꽃은
이름과 달리 갖 시집온 새댁같이
부끄럽게 사알짝 웃고 서 있다.
아직도 눈나리고 바람 부는데
산수유는 흐드러지게 피어나
언젠가 봉화 뜨드물 홍씨네 마을에서 본
흰눈을 머리에 얹고 빠알간 열매의 고혹적인 모습이 떠올라
나 혼자 돌아서서 웃었는데
오늘은 산수유의 노오란 꽃들의 수다에
덩달아 웃게 된다.
텃밭에 집사람이 덩달아 심어가꾼 매실나무엔
입에 봄 입김을 잔뜩 부풀려 모아부푼 두볼엔
숨가빠진 숨소리가 들리듯
잔뜩 용을 쓰고 있는데
내일은 화알짝 꽃잎을 터트릴 자세다.
그렇지 설중매는 아닐지언정
눈발날리는 요즈음이라도
매화라면 피어야 제맛이지.
그러고 보니 텃밭엔 가장자리엔
돌나물도 한창이고,
씨뿌리지 않았는데 새싹돋은 봄배추도
게을러 지금이야 한창인 냉이들도
그리고 해 파와 나리 새순도 싱그럽기 짝이 없는데
유난한 지난 겨울나기에 얼어죽은줄만 알았던 철쭉이나
도장나무라고 부르던 사철나무까지 꽃을 피우고
온동네 벌들을 모아들여 마당엔 벌 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마당에 보기좋게 꽃눈을 준비하는
자목련 굽은 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그 사이사이에 파아란 하늘의 쪽빛이 빛난다.
밭둑에 서서 어머니 늙는걸 동무하다가
제 가지만 휘어져 보기좋은
감홍시꼭지 빠진 감나무 가지에는
아직도 단맛이 남아 있는지,
이름도 모르지만 예쁘기는 빼어나게 이쁜 산새가
이 가지 저가지 돌아 앉으며
소리 높혀 목소리를 쏘프라노 소리에 음정얹어
맑고 깨끗하게 울고 웃는다.
봄이 오는 소리도
이번으로 끝맺어야 할지 모른다.
다음엔 봄화려한 빛깔의
참꽃소식이나 들려줘야할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