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은 날,
6 월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2011년 7월의 달력 - 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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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머니가 시작된다는
7 월이 기다려지는 날,
토,일, 금요일이
각각 다섯번씩 있는 달,
823 년만에 온다는 희안한 달,
11/1/1, 11/1/11, 11/11/1, 11/11/11
유난히 일일이 겹쳐 희한한 올해,
돈이 마구마구 들어오는 돈주머니 달,
어쨋든 막 기분이 좋은 날,
하회 광덕, 앞개에 사는 류 길하 교장이
< 야, 백합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와서 구경해 주지 않을라나? > 하고
전화를 해 주었기에,
마침 점심을 기분좋게 먹고 있어서
어지간히 들뜬 마음이었는데
임 대사가 동행을 해 준다기에
친구 류 길하 교장을 찾아 나섰다.
언제나 그렇지만 갈때마다 류 교장 사는법이
어찌보면 재미있고 어찌보면 알수없는
묘한 설레임도 있어서,
오늘은 또 무엇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궁금해 하면서 휫바람을 불어재키며 달려갔다.
어김없이 반갑게 < 이 관장님, 오셨습니까? > 하고
만면에 웃음을 띈 사모님이 달려 나오고,
맥고 모자눌러쓰고 중장비 사장과 일거리 의논하다
두 팔 벌려 반기는 류 교장이 마당으로 달려왔다.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반기는건
칡빛 검은 개가 반질거리는 등을 들이밀며 앞서고
잔뜩 깃털을 벌려세운 칠면조 수위 놈이
몇번을 봤는데도 성을 잔뜩내어 쫒아와
깃으로 나를 밀어낸다.
그런데, 그런데 - - -
온 마당엔 빠알갛고, 노오랗고, 하이얀
백합꽃이 정말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예의 향긋한 향기와 함께
우리를 아찔하게 반갑게 맞는다.
세상에, 세상에 - - -
내 나고 백합을 이렇게 한마당에서
이렇게 많이 화들짝 피어난걸 본건 처음이다.
한바퀴 돌아보며 디카에 불이나도록
이리찍고 저리찍고 하는데
< 이사람아 접시꽃도 자주색으로
명품인데 그것도 찍어라! > 하기에,
눈길을 돌리니
접시꽃이라고 다 접시꽃이 아니라는듯
아주 고급스럽고 빛나게 아름다운
별난 자색 접시꽃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사모님께서는 능소화도 곱지요? 하고
또 선비화라고 불리는
능소화에 눈을 돌리라고 성화다.
하다못해 공사하러온 중장비 사장님도
보소 이 흰 꽃도 희안하지요? 하고 거들고 나선다.
봄에 수선화와 할미꽃을 찍어
트윗터와 페이스 북에 올려
인기를 얻었는데
이번엔 정말 애들 말대로 대박 ! 대박이다.
함께 동행한 임 대사한테 그동안 심은 나무 자랑하느라
산길을 서둘러 오르는데
안동한지 이 영걸 사장이 들어온다.
내가 온다는 소릴 듣고 쫒아온 모양인데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기분좋게 웃는다.
G 20 회의장에 한지로 장식을 해서
명성을 세계에 알리고
며칠전엔 국무총리 표창으로 감사를 받았다면서
자랑이 한참인데 주변 사람의 기쁜 소식도
내 것인양 기분 좋고 오늘은 기분 좋은 날.---
산에 오른 임 대사가 돌아올때 까지
이사장과 나는 밭에 나섰다.
이 집 마당에 없는게 없다.
오디가 탐스럽게 익어
우리는 달디단 오디를 한참 따 먹었다.
오미자가 아직 푸르지만 여물어가고
가지, 토마도, 살구에, 다래 까지
차라리 세상에 없는 나무를 찾는게 더쉽겠다.
무단히 멀쩡한 연못을 파 재키더니
더 넓고 멋스런 제대로된 못을 조성중이고
거기에 그냥 연꽃이 아니고
또 별난 연을 심을 예정이란다.
도대체 이집은 어디까지가 끝일지.
농삼아 하는 못된 소리지만
저놈의 류 교장은 죽고나서야
작업이 멈출것이다 하고 우리끼리 흉을 본다.
남을 안주고는 못배기는 내외인지라
맛있는 참외를 깍아내고 오미자 차에다
꿀물에다, 솔방울로 빚은 술까지
몇차를 내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소문나서 이집 거덜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사실 돌아서는 우리에게
금년 아카시아 꿀이 제법이었지요 하면서
한되씩 쥐어주는 사모님 넉넉함까지 소문나면
나는 이제 죽었다. 소문 냈다고 - - -
오늘 낮엔 안동에서 유명한 김 재왕 내과 원장과
점심을 먹으며 외롭게 혼자 투병중인 화교 친구 때문에
조금은 걱정을 하는 시간을 가져서
약간은 마음한구석이 서늘했는데
그 벌충을 어지간히 해서
잊어버릴만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래 걱정 나누며 사는걸 보고
또 새로 배우며 산다는 덕담을 하던 환자 많기로 소문이 나
얼굴 보기가 어려운 김 재왕 원장을 독대하여
시원하고 모든 궁금증을 모두 해결한 화교친구가
병은 깊은데 다 나은것 같은 얼굴로 기분좋아하더니,
뭐든 적선에 가까운 일을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오늘은 우리가 맛있는 점심먹고
2 차로 류 교장한테 와서 귀한 차와 술 마시고
선물도 짭짤하게 챙겼으니,
정말 내일부터 시작되는
돈 주머니가 벌써 오늘부터 시작된게 아닌지....
돌아서는 나에게
애 호박 몇개를 또 따서 넣어준다.
이게 류 길하 교장이 사는 법이다.
우리는 말로만 아낌없이 나누고
쓰고 죽자는 모임을 하는데,
류 길하 교장은 말없이 그걸
몸소 이렇게 슬쩍슬쩍 나누면서
넉넉하고 풍요로와져 살고...
아 참, 잊었뿔번 했다.
무슨 소식 오길 기다리는지
멋쟁이 우편함을
멋들어지게 만들어 내걸고
그걸 한참 자랑했는데
큰일날뻔 했다.
아마도 기다리는 소식이,
맞고 싶은 행복이
그리도 맞이하고 싶은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