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랑에 물대시고 이랑을 고르시며
비를 내려 부드럽게 하시어,
새싹들에게 복을 내리시나이다.
오늘 미사에서 우리가
독서의 화답송으로 바치는
시편 65 장의 마음에 젖어드는 구절이다.
장마비가 하루종일 이어지고
빗길 치고는 조금 먼듯한 길인데도
우리는 제천에 있는 배론 성지로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오는 8 월 15 일,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를 받는
예비신자들의 교리반
졸업여행 같은 성지순례길이었다.
배론 성지로 잡은건
최초의 신학교 자리이기도 하고
황사영 백서로 온 조선천지를 놀라게하고
세계에 한국 천주교회의 실상을 알린 바로 그곳이며
최 양업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곳이어서
한곳에서 가장 많은 교회 순교사를 살펴볼수있는,
그러면서 안동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소풍가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설레이듯
봉사자의 안내대로
우리는 얌전한 순례객이 되어 있었다.
마침 장마비가 조금더 세차게 내리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듯이,
피 흘려 치명한 순교선열의
그때 고난을 더 실감이 나서 오히려 더 생생하고
7500리 길을 다니며 땀흘려 사목하셨던
최 양업 신부님의 땀을 절실하게 실감할수 있는 기회가 되고
어쩌면 7 월 염천의 더위를 피할수 있도록
시원한 빗줄기가 내려주어서
한결 순례하기가 좋았다는 말들을 하였다.
우리는 비가 오는 중에도
황사영 백서가 쓰여진 토굴과
신학교가 있었던 학교터,
그리고 최 양업 신부님의 묘소까지,
오르면서 정성들여 올린
14 처 십자가의 길 까지,
순례여정을 모두 소화하여 아주 의미있고
나중에 들린 용소막 성당까지
계획했던 순례 일정을 모두 마칠수 있었다.
다 나와 같은 소회가 있었는지 몰라도
이 깊은 산골 켜켜히 후미진 곳에 숨어들어
항아리를 굽고 숯을 구어 생계를 도모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이를 지고 다니던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살피고
생생하게 뼈에 새기고
마음에 간직할수있는 기회가 되어서,
오늘의 순례는 대부, 대자의 인연으로 하는것이지만
너무나 감격적이고 신앙의 전기가 될수도 있을것 같아
오늘의 순례를 허락하신 주님과 본당사목회에
고마움과 감사를 드려야 하겠다.
이번에 대자로 인연을 맺는
강 병 윤, ( 대건, 안드레아 ) 선배님은
성당의 안내대로 인연을 맺는것이지만
부산에 사는 어릴적 중학교 동기친구의
외4 촌 형이되는 인연도 겹치고,
함께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어보니까
아는 사람도 서로 잘 아는 사이여서
더더욱 반가왔으며 순례도 순례지만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는
더 값진 시간도 되어서 참 좋았다고 본다.
세상에 가장 좋은 인연이
이 대부, 대모의 인연이 아니겠는가?
수녀님도 깨우쳐 주셨지만
아주 좋은 대자를 모시게 되어
인복이 많은 나에대한 주님의 사랑이
새삼스레 마음을 뭉클 하게 하였다.
하느님 이름으로 모인
우리들의 이 좋은 인연이
순례길에서 더더욱 값진 인연으로 각인되어
앞으로 서로 도우면서
신앙생활을 엮어 나가야 하리라...
눈에 띄는 거미줄 이슬방울이 성지의 의미와 묘하게도 엮어져 인상적이었다.
물바구니에 하늘이 담기고, 산에 우거진 소나무가 내려와 앉아 의미를 새기게 된다
대자가 특히 의미를 담아 보는 이 고난의 십자가는
앞으로는 주님 수난공로의 상급이 되어 그를 지켜줄것이다.
용소막 성당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글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지고
라틴어로 올리는 미사가 프랑스 신부님의 목소리로
내 귀에 들릴듯한 착각마져 들게 하는데...
옛 60 년대 초, 그때로 돌아간것 같다.
선 종완 신부님의 기일을 앞두고
담당수녀님이 본원에 가셔서
박물관을 볼수 없어 섭섭하고 허전했는데,
성체 조배실에 들어가 큰절을 올리고 나니
다음에 또 와야지, 다시 오라고 그런거야 하는
주님 말씀이 들리는듯 하여....
박순덕 문화 해설사의 자상하고 친절한 안내가
우리를 더욱더 성화로 이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