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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 드립니다.
저의 어머니 최 분연, 마리아가
백수 ( 99 세 ) 를 누리시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마침내 하늘나라로 거처를 옮기셨습니다.
감히 기도해 주십사 청하오며
다시한번 그동안 사랑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지난달 어머니의 부고를
별스럽게 이렇게 보내 드렸다.
지금쯤 어머니는 하늘나라에서
내년에 텃밭가꿀 준비를 알뜰히 챙기고 계실 것이다.
작년 봄까지 집곁에 있는 텃밭 300 평을
마치 꽃밭 가꾸듯 얼음알같이 정갈하게 가꾸셨고
너무 알뜰하셔서 늘 텃밭에 쓰러져 돌아가실까 걱정이었다.
지난해 여름, 몸이 조금 불편하시다길래
서둘러 어머니를 보호해 드리려고
병원에 모시고 더운 여름날을 피서하라고 하였었다.
시원해서 좋긴하다마는 텃밭이 걱정이다.
야야 ! 깨, 다 떨어질라 ! 잘 살펴라 하고 근심하실때 마다
가을이 되면 퇴원해서 추수하라고 다독였고
가을이 되어서도 자꾸만 텃밭에 나가신다는걸
겨울만 여기서 나고 내년봄에 따뜻할때 나가시라고 말렸었다.
봄이 되고 몸이 쇠약해지셔서
힘에 붙쳐서 몸져 누우면서
봄농사에 대한 희망을 버리시고는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시면서
기분도, 말씀하시는 것도 기운이 없어 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바래는 희망과 기대가 있어야 하는것을. . .
마지막 비몽사몽을 넘나들고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잘 안되시면서도
텃밭가장자리에 조고만 단칸 초옥을 세울 꿈을 꾸셨다.
때론 인부가 왔다고 채근을 하고
자재가 왔다면서 나를 부추기는 날도 있었으니
마지막 꿈이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나날이 흐르고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을 즈음부터
육회, 생선회, 구젖 , 영덕대게 등을
유별나게 찾아 맛을 음미하고 파는 집을 지정하는등
마지막 맛집을 찾으시다가
종내에는 그것도 모두 맛이 없다시면서
재미를 모두 잃으시고 말았다.
하늘나라 가실 즈음을 세고 계셨는지
우리 형제 내외를 차례차례 찾으시고
어깨부터 발까지 주물러 주시길 원하셨고
마지막 며칠은 더 오래 아주 많이 그리고 살살 주물러 주기를 시키고
지나 놓고 보니 이게 마지막 스킨쉽이었던 셈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내 손을 꼭 힘주어 잡으시고
< 사는 동안 원도 한도 없이 잘~ 살았다.
한가지 너무 오래 살아
너희들 고생을 많이 시켰다 > 하시며
마지막 말로 유언하시었는데
돌아가시기전에 마지막 말씀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회고를 적고 있는데
이건 오늘로서 돌아가시고 달을 넘기고
매일매일 새벽미사나 밤미사로 연미사를 드리고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옛날 사대부들이 유월장이라고
달을 넘기고 석달을 지나 장사를 지냈다는데
우리는 서둘러 모셨고
내년 3 월 1 일 어머니 생신날까지
매일 연도를 바치면서 기다리다가
생신상에 영덕대게 , 육회랑 올려놓고 잡수시게 하고
마지막 제사로 어머니와 이별하려 계획 중이다.
시월도 마지막 날이고
만산홍엽도 붉다못해 눈이 짖무르는데
높고 푸른 하늘도 가슴의 멍이되고
아름다운 단풍과 노을도 시리고 아프기만한데
벌써 하늘나라로 모신지 달을 넘기게 된다.
누구나 이런 아픈 이별을 하였을 터인데
이별이더래도 아주 이별이지 않게
그리고 땅에 백골을 묻고
혼을 불러 하늘나라로 옮겨 드리긴 하였어도
아직도 마음에 남은 자국과
어머니 빈자리는 영 지워지지 않는다.
매일 만나 흰소리 나누던 정다운 친구마저
어머니 부음듣고 따라 나서고 말아
이젠 마음 붙일 재겨디딜 한줌 여지도 없어졌다.
어디 훌쩍 떠나보면 괜찮을 라나
산은 믿음직해 몸맡길만해도 보이는 무덤이 보여 싫고
탁 터진 남도 바다를 가려해도
역시 너무나 휑하니 바라다 보여 기운 빠질텐데
이럴땐 어쩌고 모두들 마음 거둬 들였을까 물어보고 싶다.
오늘 우리가족이 함께 묻혀있고 묻히게 될
나또한 따라 묻히게 될
가족 묘원을 다녀와서
이렇게 엎드려 가슴앓이를 넋두리하고 있다.
하늘이여,
내일이 있음을 허락하소서
그리고 기쁨을 누리는 하루를 허락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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